혁신 아닌 과거 회귀… 금융당국 탁상공론 안돼
얼마 전, 앞으로 카톡 송금이 안 된다는 뉴스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대부분 국민이 사용하는 간편송금이 갑자기 안 된다는 말에 필자도 꽤 당황했다. 축의금, 조의금 보낼 때 다시 은행이체로 역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간편송금 이슈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선불충전 기반 간편송금을 금지하는 방안을 담은 것에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실명계좌가 연결되지 않은 무기명식 송금을 문제 삼았다. 언뜻 ‘그러면 계좌를 연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간편송금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결국 계좌이체로 돌아가게끔 하는 탁상공론이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대대적 금융혁신을 예고한 당국이 전금법 개정안을 통해 혁신이 아닌 과거로 회귀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생활을 하는 사람들 지갑 안에는 보안카드나 OTP가 꼭 있었다. 급하게 이체하려 해도 보안장치가 없으면 방법이 없었고, 거기에 매번 최대 1300원의 수수료까지 부담했다. 그러다 혁신적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간편송금이다. 2015년 금융위에서 선불전자 지급수단의 양도 및 환급은 자금이체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간편송금이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금융혁신이었다. 수수료도 없고 보안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간편송금은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평균 399만8000건, 4723억원 규모의 간편송금이 발생했다. 수수료도, 보안도 모두 회사가 책임지니 당연한 결과다. 핀테크 업체들이 사용자 우선 서비스를 선보이니, 철옹성 같던 은행 서비스에도 변화가 생겼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들도 하나둘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하고, 보안 절차도 조금씩 간편해졌다. 핀테크가 불러온 변화가 금융소비자들의 편익 증대에 확실히 기여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금융위가 전금법 개정을 통해 간편송금에 대한 유권해석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니 지켜봐야겠지만, 선불전자 지급수단의 양도 및 환급을 통한 간편송금은 제한하고 계좌 기반 송금만 허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계좌를 연결하지 않고 송금하는 방식은 금지하려 한다고 해석된다. 계좌 보유가 어려운 청소년, 외국인, 금융 취약계층 등이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한 서비스가 막히고 반드시 계좌 연결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간 어렵게 개척해 온 간편송금이 다시 기존 계좌 기반의 ‘불편송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 선진국 미국의 대표 핀테크 기업인 애플페이, 페이팔, 벤모 등은 송금 시 계좌 연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금융 서비스의 가치가 ‘간결성’과 ‘편의성’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금법 개정이 시대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07년 전금법 제정 후 15년간 그 틀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개정이 혁신 아닌 역행으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규제가 시장을 망가트리지 않았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을 전하며, 전금법 개정안 방향이 자칫 금융혁신을 좌초시킬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심혈을 기울여 재고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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