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정부에 미국의 전기차법(정식 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 육성법안의 경제, 정책적 문제와 오류를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규범 취지에서 말하겠지만, 저는 정무적인 장관이기 때문에 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라며 “그간 규범적 접근을 했다면 정치적·정무적으로 접근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전기차법에 포함된 한국산 전기차 차별조항 등이 자국산과 외국산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전기차법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장관은 앞서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전기차법과 관련한 협의 채널을 개설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고 설명하며 “미국도 백악관, 상무부, 국무부, 에너지부 등 5개 부처가 참석해 상당히 진정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무는 그대로 돌아가면서 우리 의견을 반영하고, 저는 이번에 다른 방식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우리 피해를 호소하거나 항의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경제이론적으로, 정책적으로 어떤 문제, 오류가 있는지 솔직히 지적하고 (미국) 정부 내에서 논란이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미국은 앞서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비우호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의 본질은 의회가 만든 법이라는 것으로, 행정부 간 협상에서 의회에 직접 영향을 주기 쉽지 않다”면서 “정치 논리로 만들어졌기에 경제 논리로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아주 빠른 시기에 만들어져서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이해 관계국 이해를 수렴하지 못한 면이 있고, 행정부 차원의 노력이 법 개정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게다가 지금은 (중간선거로) 미국 정치의 한복판이어서 우리는 통상교범 논리나 정무적, 경제, 정치적 논리로 압박을 가해 소위 군불을 때고, 아랫목이 뜨거워져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의회가 중요하니까 일반적인 통상규범 말고 정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얘기해보려 한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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