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먼저 발표에 제동 건 모양새
日 언론도 부정적 보도 잇따라
대통령실 “변동성 항상 존재해”
한·일 양국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회담 시간으로 알려졌던 시점이 임박할 때까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한 일본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대통령실도 성사 여부에 말을 아끼는 등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현재로는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 보도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 대통령실이 미국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이뤄질지가 주목되지만 조정 단계에서 양국 정부의 입장 차가 크다”며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대통령실 발표에 대해) 기시다 총리 자신이 ‘그렇다면 거꾸로 만나지 말자’고 말하며 일방적 발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당국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나더라도 아주 짧은 회동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브리핑에서 “(이번에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흔쾌히 합의가 됐다. 일찌감치 합의했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일 양자회담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작 회담 예정 시점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았던 뉴욕 현지에선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했다.
통상 정상회담은 개최 사실이 확정되면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외교 관례인데, 한국 측이 먼저 발표하면서 일본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측이 비공식 채널과 언론 등을 통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의식하며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양자 간의 신뢰와 배려가 부족한 한·일 관계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교 일정에는 언제든 유동성이 있다. 상대국과 여러 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항상 존재한다”며 “변동된다고 해서 (일정이) 철회됐다거나 입장이 번복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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