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민이 부친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김정민이 어머니와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정민은 모친에게 모든 것을 지적하고, 엄마는 그런 김정민의 지적에 대체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정민의 모친은 “(딸이)15세부터 경제적 독립을 했다. 동생까지 케어를 했다. 미안함이 크다. 내가 가진 게 더 많았다면”이라며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을 언급했다.
김정민의 모친은 “술만 먹고 들어오면 너무 행패를 부리고 그 생활을 10년 가까이 살았다. 정민이가 맨날 바닥에 ‘엄마 그냥 도망가’를 썼다. ‘그럼 너는 어떡해’ 했더니 ‘나는 괜찮다’더라. 결국 홀로 나갔다. 그래서 내가 정민이한테 할 말이 없다. 사는게 사는 게 아니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를 들은 김정민은 “우리 때문에 엄마가 고통받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동생까지 따라나갈 수는 없었다. 아빠를 미워하시니까 외가에서 우리도 싫어했다”며 “매번 매맞는 엄마를 보는 나도 고통스럽기도 했다. 얼마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이제 엄마가 이렇게 죄인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자신에게 주눅든 모친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오은영이 “어머니가 집을 나가신 뒤 아버지가 정민씨나 동생을 때리지는 않았냐”고 묻자 김정민은 “점점 천천히 오더라”며 “그런데 같은 짓을 내가 했다. ‘누나가 데리러 올게’하고 나도 집을 나왔다. 그게 더 상처다. 엄마가 날 두고간 것보다”라며 김정민 역시 폭행에 시달리다 남동생을 홀로 집에 남겨뒀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정민은 “거기선 미래도 없고 학교도 안 보내고 있었으니까.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알지만 다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까. 엄마한테 원망이나 미움은 없었다. 동생도 나 원망 안 한다고 하더라. 우린 서로의 아픔을 너무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라며 “그때가 열네살 정도다. 서울 올라와서 얼마 되지 않아 지하철 주변에서 길거리 캐스팅이 됐다. 1~2년 있다가 남동생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김정민은 아버지와 연락을 두절한 채 어머니와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보는 자녀들도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태어나 내 조건과 상관없이 부모에게만큼은 소중한 사람이라는게 자존감이 되는 건데”라고 설명했다.
김정민은 “그때는 사는 게 전부고 저녁되면 무섭고, 아침에 멀쩡한 아버지를 보면 혼란스럽고 그런 반복이었다. 내가 외모가 출중하다거나 나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연예계에서도 그저 주변을 따라가기 바빴다. 내가 남을 맞추기 바빴다”고 말했다.
또 오은영은 “우리가 부모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부모를 닮은 점이 있으면 자긍심을 느낀다. 좋아하는 엄마가 아빠한테 맞으면 너무 가여운데 한편은 왜 저러고 살지 그런 마음이 든다. ‘나 우리 엄마 딸이거든’ 이런 마음이 잘 안 드는거다. 그런 부분에서 깊은 타격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위로했다.
김정민은 “엄마가 엄마의 몸으로 나를 (폭행에서) 막아주는데, 내가 그러지 못하는게 너무 모멸감이 들었다. 나 스스로가 너무 비참하고. 용기를 내지 못한 내 자신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오 박사는 “공포감에 어머니를 폭력에서 막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가는 거다. 내가 용기 없고 구질구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존엄성을 해치는 거다. 그건 어린 정민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위로했다.
나아가 오은영은 버려졌던 김정민의 트라우마가 사회적 관계와 애착에 영향을 끼쳤음을 파악했다. 김정민이 “남자친구와 이별하는게 너무 힘들다. 남겨지고 떠나는데 굉장히 민감하다”라고 말하자 오은영은 “정민씨는 가까운 사람이 주는 공포감, 버려짐에 대한 공포가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민의 모친 역시 김정민과 전 남자친구가 소송 중이라는 기사를 본 뒤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민의 모친은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기사가 났다. 그때 정민이가 왔는데, 뭐라 물어보지도 못했다. 한 마디 없이 갔는데 나는 그때 당시만 해도 엄마를 마지막으로 보러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혹시라도 그럴까봐 항상 기도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특히 김정민은 “엄마를 생각하면 늘 죄책감이 든다. 어릴 때 엄마가 남동생 갖고 만삭이었을 때 길을 가는데 반대편에서 우리를 향해 차가 달려왔다. 그때 엄마가 나를 휙 던져서 엄마가 차에 치이셨다. 어린 마음에 병원에 입원한 엄마 병실에 가지도 못했다”라며 “엄마가 나에게 보내준 사랑은 너무나 희생적이라서 놀랍다. 엄마라서 그러나. 어떻게 나를 이렇게 목숨처럼 사랑하실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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