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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잃은 푸틴의 핵 공갈에… 60년 전 '쿠바 위기'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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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07 13:00:00 수정 : 2022-10-07 14: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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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1962년 美 인근 쿠바에 핵미사일 배치
美, 항공모함 등 함대 동원해 해상에서 봉쇄
'인류 절멸' 핵전쟁 공포에 얼어붙은 지구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60년 전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거론해 눈길을 끈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핵전쟁 직전까지 간 쿠바 위기는 미·소 양국이 한 발짝씩 물러나 양보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쿠바 위기 당시에는 ‘인류의 절멸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협상 타결을 가능케 했으나, 이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렇게 냉철한 이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시선이 많다.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1961년 미·소 정상회담에서 만난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 행사에서 푸틴을 가리켜 “그가 전술핵이나 생화학무기를 언급할 때는 농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때인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우리는 ‘아마겟돈’(세계 종말을 가져 올 최후의 전쟁)의 전망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쿠바 위기는 1962년 10월16일 시작해 열흘 넘게 이어진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 위기를 뜻한다. 당시 소련은 미국과 근접한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것을 계기로 이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 이어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뒤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자국의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 쿠바의 거리를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핵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미국이 먼저 소련에 핵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케네디 행정부는 해상봉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쿠바를 사실상 포위한 뒤 핵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이동하던 소련 함대를 막아선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당시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포기하고,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거하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

 

쿠바 해상에서 미국과 소련 양국 함대가 열흘 넘게 대치하는 동안 전 세계는 숨죽인 채 이를 바라보며 핵전쟁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결국 미국과의 정면승부에 부담을 느낀 흐루쇼프가 먼저 손을 들었다.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지 않기로 하고 핵미사일도 도로 철수했다. 미국도 상응하는 양보를 했다. 소련과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터키)에 배치된 자국 핵미사일을 철수한 것이다.

2021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제네바=타스연합뉴스

이처럼 쿠바 위기는 ‘인류의 절멸만은 막아야 한다’는 흐루쇼프의 이성적 판단 덕분에 그냥 위기에서 멈췄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겪은 굴욕에 격분한 나머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한 푸틴한테 그런 이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동원령을 내리고 공공연히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는 푸틴에 대해 일각에선 “이성을 잃고 바보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아는 듯 푸틴의 핵무기 언급에 대해 “농담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앞서 미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러시아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하는 건 시간문제다.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미군 지휘부가 푸틴의 핵 위협과 관련해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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