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택시 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에 큰 도움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6일 충북MBC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3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9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의 한 카페에서 나와 50대 기사 B씨(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했다.
당시 A씨는 카페에서 60대 피해자를 만나 저금리 대출이라며 속여 받은 돈 3000만원을 검은색 봉지에 넣어 다른 조직원에게 송금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대화를 하던 B씨는 ‘현찰을 직접 전달하는 일을 한다’는 A씨의 말에 그녀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임을 눈치챘다.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있었던 B씨는 A씨 몰래 휴대전화로 경찰에게 전화했다.
경찰이 전화를 받자 B씨는 “그 아주머니가 53년생이라고 했느냐”, “3000만원을 받았느냐”는 등 A씨와 계속 대화하면서 관련 정보를 전했다.
경찰이 “누구냐”고 묻자 B씨는 “오창까지 택시 타고 오라 그랬느냐”며 재차 암시했다.
상황을 눈치챈 경찰이 “오창 어디쯤인지 알면 출동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자 B씨는 “아까 찍은 주소가 오창중앙로 XX번지 맞느냐”면서 목적지를 흘렸다.
이에 경찰은 “시간을 좀 끌어달라”며 “곧 출동하겠다”고 요청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B씨는 A씨가 하차한 다음에도 몰래 그녀의 뒤를 밟았다.
한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송금하던 A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자는 A씨가 이미 송금했던 100만원을 제외한 2900만원을 돌려받았다.
B씨는 춘천M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이 아닌데 3000만원이 눈 앞에서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끔찍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B씨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A씨에게 압수한 휴대폰 문자 내역을 분석해 다른 조직원들의 행방을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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