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월드컵 개막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은 어떤 경기를 선택해 지켜봐도 즐거운 축구팬들의 축제다. 대륙을 대표하는 32개국이 자국 최고 선수들을 모아 사력을 다해 맞부딪치는 덕분이다. 물론, 그중에도 더 관심이 가는 매치업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조별리그는 보름 동안 매일 4경기씩 무려 48경기가 숨가쁘게 이어지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다.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를 제외하고 축구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조별리그 5경기를 세계일보가 선택했다. 축구 내적인 흥미진진함과 축구 외적인 이야깃거리도 풍부한 대결들이다.
◆‘오렌지군단’ 명예 회복이냐, 阿 강호냐… 네덜란드-세네갈(A조1차전·11월22일 새벽1시)
8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돌아온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의 맞대결은 대회 초반 조별리그 최고 빅카드 중 하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충격의 지역 예선 탈락을 경험한 네덜란드는 루이스 판할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은 뒤 화려했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에 비견되는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첫 상대가 하필 세네갈이다. 4년 전엔 다수 유럽진출 선수들을 중심으로 러시아월드컵에 도전해 선전했지만 경험부족을 노출하며 최종 17위로 가장 아쉽게 16강에 오르지 못한 팀이 됐다. 지금은 선수들이 더 성숙해진 만큼 유럽 강호들과도 충분히 맞붙어볼 만한 팀이 됐다. 특히, 네덜란드 피르힐 판데이크(리버풀)와 세네갈 칼리두 쿨리발리(첼시)라는 세계 최정상급 센터백들 간 맞대결로 눈길을 끈다. 수비력뿐 아니라 후방 공격지원, 세트플레이 가담, 탁월한 리더십으로 눈이 즐거운 수비를 펼치는 선수들이다.

◆佛, 천적 덴마크 상대 ‘우승팀징크스’ 깰까… 프랑스-덴마크(B조2차전·11월27일 새벽1시)
21세기 들어 월드컵은 디펜딩챔피언이 차기대회 조별예선을 뚫지 못하는 ‘저주’가 이어지는 중이다. 2018년 러시아대회 우승을 차지한 팀은 프랑스. 이들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전 대회 우승 주역인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앙투안 그리에즈만(AT마드리드) 등에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등까지 스타들이 포지션 전역에 포진해 이름값만으로는 이번 월드컵 최고라고 자부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주 극복은 물론 우승도 노려볼 만한 팀이다. 물론, 이는 덴마크를 넘어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국제무대에서 유독 프랑스에 강한 덴마크는 올해 네이션스리그(UNL)에서도 프랑스에 두 번이나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심정지를 극복하고 대표팀에 성공적으로 복귀해 사기마저도 최고조다. 프랑스가 제아무리 화려한 스타군단이라 하더라도 천적 덴마크에 발목을 잡힌다면 또다시 저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축구팬들이 이 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적함대 vs 전차군단 ‘유럽 강호’ 대전… 스페인-독일(E조2차전·11월28일 새벽4시)
스페인-독일전은 조추첨 결과가 발표된 뒤 곧바로 조별예선 최고 기대 매치업으로 꼽힌 경기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이후 월드컵 정상에 오른 세 개 팀 중 두 개가 맞붙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 최전성기에서는 한 발자국 내려왔지만 여전히 쟁쟁한 슈퍼스타들이 넘친다. 스페인은 페드리(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안수 파티(바르셀로나), 니코 윌리엄스(빌바오) 등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영건’들을 중심으로 잠재력에서는 이번 대회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은 2018년 조별예선에서 한국에 0-2로 패하며 탈락을 맛본 뒤 변화를 모색해 지난해 요하임 뢰브 감독이 물러나고 한지 플릭 체제로 전환했다. 아직 과거 위용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을 유럽 정상으로 이끈 플릭 감독의 능력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대단하다. 공격수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의 부상 낙마가 뼈아프지만 조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 등 탄탄한 중원과 수비라인을 갖춰 스페인과 독일의 맞대결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호날두 vs 수아레스, 韓 16강 제물은 누구… 포르투갈-우루과이(H조2차전·11월29일 새벽4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열전은 한국과 같은 H조 상대국들 간 경기가 아니더라도 축구팬들이 밤을 새우며 킥오프를 기다렸을 만한 매치업이다. 포르투갈은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형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시우바(맨체스터시티), 브르누 페르난드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다. 우루과이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콤비에 떠오르는 공격수 다윈 누녜스(리버풀),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까지 축구팬들을 설레게 할 라인업이다. 역시나 이 경기 결과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에 더 눈을 뗄 수 없다. 한국은 여기서 패하는 팀을 끌어내리고 조 2위를 노려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적 앙숙’ 美·이란 긴장되는 장외전… 미국-이란(B조3차전·11월30일 새벽4시)
미국-이란전은 축구 외적인 화제가 만발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오랫동안 이어진 두 나라 간 악연, 최근 두 나라를 둘러싼 외교적 잡음이 중동이라는 공간과 맞물려 긴장감을 더 키운다. 경기 내적으로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맹주를 다퉈온 이란이 월드컵에서 마침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이란은 매번 월드컵 때마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16강행에는 실패했다. 통산 승리도 2승뿐. 이 중 한 경기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미국전이다. B조는 잉글랜드 절대 1강에 미국, 웨일스, 이란이 모두 2위를 노려볼 수 있을 만한 구도이기에 이란에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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