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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불편함, 환경은 웃는다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관련이슈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 세계뉴스룸 , 환경팀

입력 : 2022-11-28 06:00:00 수정 : 2022-11-29 1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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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나는 자원이다 - 1회 덜 쓰거나 다시 쓰거나

전 세계적 ‘일회용기=위생’ 인식 강해
코로나19 이후 일회용컵 사용 더 급증
다회용컵 인식 개선 없이는 감축 난망
다회용컵 세척해 재공급하는 ‘에코해빗’
초음파·솔 등 세척에만 다섯 단계 거쳐

다회용컵 사용 문화 정착 서둘러야
카페·PC방 등 여러종류 매장서 사용중
인천공항공사도 사내카페서 시범운영
최근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
사용 문화 확산 위해선 법적 지원 절실
작은 인간 앞에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쓰레기 산. 우리는 매일 이만큼의 쓰레기를 이 땅 어딘가에 묻고 있습니다. 하루 7000t도 넘는 쓰레기가 땅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런데 2026년이 되면 2400t의 쓰레기를 묻을 수 없게 됩니다. 폐기물을 바로 땅에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7000t 모두 매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만 합니다. 태워 없애든 다시 쓰든 하지 않으면 사진 속 크기만 한 쓰레기가 매일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폐기물 발생량을 줄여본 적 없는 우리로선 만만찮은 과제입니다. 세계일보는 갈 곳 잃은 매립 쓰레기의 갈 곳을 찾기 위한 <7000t의 딜레마>를 연재합니다.

지난 19일 제주에서 전에 없던 축제가 열렸다. 일회용 쓰레기 없는 탄소감소 축제, 일명 ‘감탄장’이다. 이날 축제에는 바닷가에 버려진 뒤 마모된 유리 조각을 모아 풍경을 만들거나 플라스틱 음료수병 뚜껑으로 모자나 열쇠고리 등 잡화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나 샴푸 등을 다시 채워주는 제로웨이스트숍 등이 참여했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은 “환경을 위한 노력이 귀찮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을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명신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무국 매니저는 “공공부문은 민간의 변화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며 “이번 축제로 공공부문과 민간 영역의 온도 차를 줄이는 것도 목표”라고 전했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는 제주관광공사, 공무원연금 등 34개 공공기관이 동참하는데, 각 기관들이 작게라도 어떤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보여주려는 자리인 셈이다.

 

◆일회용품 감축에 식음료업계 변화 필수

 

축제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감탄장에서도 당연히 음식이 판매됐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일회용기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각자 챙겨온 그릇이나 다회용 접시가 사용됐다는 것. 일회용기는 곧 ‘위생‘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식음료는 일회용 포장재에서 가장 벗어나기 힘든 품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배경에도 위생 문제가 있었다. 이런 인식은 세계적으로 공통된다. 그래서 더 일회용품을 줄이려면 이 업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4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내카페에서 직원들이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영국 환경단체 랩(WRAP)은 18개월 동안 사과, 바나나, 브로콜리, 오이, 감자 5가지 작물을 원래 상태로 포장됐을 때와 낱개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됐을 때, 더불어 농산물에 유통기한 표기를 없앴을 때의 효과를 살펴봤다. 이렇게 해서 지난 2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작물 포장 상태만 바꿔도 가정에서 10만t의 음식물 쓰레기와 1만300t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로 따지면 13만t에 달한다.

 

일회용컵 역시 위생을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사용이 더 늘었다. 감탄장에는 ‘푸른컵’이란 다회용컵 업체가 참여했다. 한정희 푸른컵 대표는 2017년 제주에 와 바다 가까이에 살며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 문제를 체감했다. 한 대표는 보통 공항에 도착해 다시 공항으로 떠나는 섬이란 공간적 폐쇄성을 활용해 다회용컵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해 여름 시작해 1년 반 만에 제주 내 참여 카페가 100여개로 늘었다.

 

“대부분의 행사장에는 일회용 생수병이 깔리고 종이컵을 놔요. 뭐든 일회용품이 기본이에요. 작은 행사, 교육장, 회의장부터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지역문화 교육장같은 자리부터 생수병과 종이컵을 정수기와 푸른컵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한 대표는 지난 6월 SKT 오픈 2022까지 지원했다.

 

◆다회용컵, 이래도 못 믿겠나요

 

‘일회용품=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다회용=비위생적’이라는 오류로 이어지지 않도록 위생관리는 다회용컵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다. 다회용컵 세척업체 ‘에코해빗’은 수거된 컵을 세척, 건조, 재포장해 매장으로 재공급한다. 세척 공장에 도착한 컵은 세척이 어려운 기름오염이나 파손이 있는지 확인을 거쳐 초음파 세척, 고온·고압 세척 등 세척에만 여섯 단계를 거친다. 이후 전수검사, 잔류검사를 마쳐 다시 매장에 비치된다.

이수영 에코해빗 전략기획실장은 “70회를 기준으로 놓고 이를 넘으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다시 원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카페, 캠핑, 장례식장, 결혼식장, 이외 각종 렌탈서비스로 다회용컵이 사용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미 식음료 매장을 벗어나 다회용컵은 여러 종류의 매장에 스며들고 있다. 카페이자 분식집이기도 한 요즘 PC방은 각종 식기와 용기로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제로100 PC방 등촌점은 하루에 150∼200잔씩 일회용컵에 담아 팔던 커피를 다회용컵 업체 ‘트래쉬버스터즈’ 제품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컵에서 다회용컵으로 옮겨가는 장벽을 없애기 위해 일단 보증금을 부과하지 않고 수동으로 수거함에 반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이번달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해 다음달 중순까지 사내카페에서 음료를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컵에 제공한다. 정혜린 인천국제공항공사 ESG경영팀 대리가 약 한 달 사이 느낀 점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는 것이다. 처음에 반납을 미루고 음료가 남은 채로 컵을 내놓던 직원들이 이젠 내용물은 모두 비운 채 퇴근하면서 컵을 수거함에 넣고 간다.

 

좌석 없는 사내카페는 포장용으로만 일회용컵에 담긴 커피를 하루에 900잔가량 판매했다. 이 컵을 모두 다회용컵으로 바꿔 시범운영 동안 일회용컵 3만개를 감축하기가 목표다. 정 대리는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당초 반발을 우려했지만 사내 정책으로 끌고 가니 게시판에는 ‘일회용품을 쓰던 죄책감이 줄었다’는 긍정적 반응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소수의 유난이 다수의 일상이 돼야 

 

그럼에도 특정 매장이나 사무실을 벗어나면 다회용컵 사용이 유별난 일로 여겨지곤 한다. 서울 중구에서 일회용품 없는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주철홍 대표에게 카페 이용을 거부하거나 일부러 시비를 거는 손님을 응대하는 일은 일상이다. 주 대표는 매장에서 마시지 않을 경우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는데 ‘왜 일회용컵에 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하루에 수십 번 듣는다.

 

주 대표는 “하루에 새로 온 사람 중 20∼30%만 다회용컵을 반기고 30∼40명은 그냥 나간다”며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할 무렵 다회용컵을 쓸지 눈치 보던 주인들도 있었는데, 제도 시행이 유예되면서 일회용컵을 줄일 기회를 또 놓친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회용컵 업체들은 이미 컵 제조까지 마쳤다가 환경부 정책 유예와 함께 취소 통보를 받았다. 문승록 트래쉬버스터즈 책임PD는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정부 산하 공공기관까지 상반기에 계약을 논의해 컵 물량까지 준비를 마쳤는데 정책 유예가 발표된 뒤 며칠간 저희가 퇴근한 후부터 새벽 사이 계약을 무산시키자는 메일이 쏟아졌다”며 “이렇게 또 밀릴 수 있다는 안 좋은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경기 광주시에 있는 다회용컵 세척업체 에코해빗에서 회수된 다회용컵을 세척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궁극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회용컵 사용 문화가 퍼져야 한다. 지역이나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작게 운영되는 다회용컵 업체는 아직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지 않고 시장 경쟁도 제한적이다. 다회용컵 업체 관계자부터 사용자까지 공통적으로 “결국 제도가 바뀌어야 이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의 의식도 바뀐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에게도 제한된 선택지는 불만이다. 아이와 함께 감탄장을 방문한 강미림(35)씨는 제로웨이스트숍과 시장을 애용한다. 대형마트를 방문하면 너무 많은 포장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챙기며 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카페에 가든 장을 보든 알맹이보다 많은 쓰레기를 얻게 돼요. 귀찮지만 고집스럽게 소비 방식을 바꾸려 해도 선택지는 너무 없고 이런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라 올바로 알고, 사고, 쓰고, 버리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데 말이죠.”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제주=박유빈 기자,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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