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시장이 ‘혜택’ 중심의 수동적 성향에서 브랜드와 소비자간 ‘함께’ 가치를 만들고, 이를 소비하는 능동적 성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 소비자들이 제품 자체 요소외에 ‘스토리’에 더 주목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에서 ‘VCC(Value Co-Creation·가치 공동창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경우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11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는 최근 이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분석한 ‘VCC 마케팅 2022’ 보고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에서 소비자들이 가치를 창출해 공유하며 구매하는 ‘VCC’ 발생이 이뤄지고 있음에 주목했다. 기존 마케팅이 TV, 옥외광고 등 매체를 통해 제품 및 서비스를 구입했을 때 생기는 혜택을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VCC 마케팅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받아들여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제품을 자신이 처한 상황(맥락)안에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지인에게 소개하거나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확장하고 브랜드는 이 가치를 다시 제품이나 마케팅에 반영해 다시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한국에선 더 나아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안하는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간주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최근 일어나는 한국 VCC 마케팅의 트렌드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 증가 △VCC마케팅 활용 사업군의 확대 △숏폼 콘텐츠의 부상 세 가지를 다루었다.
우선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에서 ‘광고’와 관련한 한국 소비자 인식 변화에 주목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국내에서 소비자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광고의 표기를 명확히 할 경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히려 본인이 응원하는 크리에이터가 광고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광고를 표기한 콘텐츠에 더욱 열렬히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른바 ‘뒷광고’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광고 표기를 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뷰티 및 패션, 식품 산업에 있었던 VCC마케팅이 고부가가치 산업군에 속하는 자동차 산업, 그리고 보수적인 금융 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시도되는 양상 또한 보이고 있다고 딜로이트 그룹은 분석했다. 최근 금융·공공 브랜드가 MZ세대에게 친숙하게 접근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VCC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으며, 실제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소비자중 약 66%가 전문성이 없는 크리에이터의 VCC 마케팅을 참신하다고 답해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함이 확인되었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의 ‘G70 슈팅브레이크 캠페인’의 경우 슈팅브레이크는 본래 유럽 시장을 겨냥한 왜건형 모델로, 한국 시장에서는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제네시스는 제품의 기능적 가치보다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강조해 이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취미에 대한 관심과 연관 지어 ‘본업을 가지고 있으나 부업, 취미에도 열정을 쏟는 라이프 스타일의 표현’이라는 맥락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인 전재한, 신현지와 협업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 슈팅브레이크 모델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홍보하고 목표 매출액을 달성한 바 있다.
딜로이트 그룹은 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콘텐츠의 부상에도 주목했다. 설문조사 결과 72.5%가 숏폼 플랫폼을 통해 특정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정보를 탐색한 적이 있으며, 58.9%는 실제로 숏폼 광고를 통해 제품을 구매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많은 브랜드들이 숏폼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다. 다만 숏폼 플랫폼이 무조건 VCC 마케팅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다. 각 플랫폼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적합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틱톡 및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를 비교 분석한 결과 틱톡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크리에이터가 많고 다양한 광고 상품을 활용할 수 있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그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곤 한국 딜로이트 그룹 통신·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는 “한국은VCC 마케팅을 펼치기에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는 VCC의 명확한 개념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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