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새 급락세…“중국발 미세먼지, 코로나19 대응 탓”
다른 조사서도 반중여론 최고치…“특히 젊은층 더 부정적”

한국인의 반중(反中) 감정이 몇년새 나날이 커지더니 최근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미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CEIAS)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올해 4월11일부터 6월23일 사이 한국 성인 남녀 1364명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인식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조사는 유럽지역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2020∼2022년 세계 56개국 주민 8만여명을 상대로 진행된 ‘시노폰 보더랜드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가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1%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 5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위인 스위스(72%)나 3위 일본(69%)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량 높아 다른 국가들과도 큰 차이를 기록했다.
◆중국하면 ‘역사 왜곡’, ‘더러움’, ‘가짜’, ‘오염’ 떠올려
디플로맷은 한국에서 이처럼 반중 정서가 강해진 데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중국의 다양한 측면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한 특징이 ‘글로벌 자연환경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매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국의 군사력’을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면서, 실제로 미세먼지는 지난 몇 년 간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2018년에는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달라는 한국의 국민청원에 27만명이 참여했고, 2019년 한국 보수 세력들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관련 시위를 벌였다고도 짚었다.

이 밖에 한국인들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의 기술’에도 부정적인 편이었고, ‘중국인’에 대해서도 77%가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중국이 개발한 관련 백신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국인 응답자들은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한국인들이 중국 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코로나19’가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역사 왜곡’, ‘더러움’, ‘가짜’, ‘오염’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한중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한국인이 연상하는 단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반중 정서가 가장 강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울수록 반중 정서가 약하게 나타났다고 디플로맷은 덧붙였다.
◆“젊은층이 더 부정적인 유일 국가”
미국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반중 감정은 급증세를 보였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부터 5월 초까지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 국민 2만4525명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반중여론은 80%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반중여론이 31%에 불과했지만 2010년 56%, 2017년 61%, 2020년 75%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인은 중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54%)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이어 △중국의 군사력(46%) △중국의 인권 정책(42%) △중국과의 경제 경쟁(37%) 등이 꼽혔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이 이번 조사 대상 19개국 중 젊은층이 장·노년층보다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진단했다.

서구 주요국의 반중여론 또한 상당했다. 19개국 중 반중여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87%)이었다. 최근 중국과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호주(86%)를 포함해 스웨덴(83%), 미국(82%) 등도 모두 80%대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의 올해 반중여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19개국 전체로 보면 응답자들은 ‘중국의 인권 정책’(79%)을 가장 많이 문제 삼았다. ‘중국의 군사력’(72%), ‘중국과의 경제 경쟁’(66%)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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