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양국 연합훈련도 계획
미 본토 수준 방어 신뢰감 줘야
한·미 국방부가 오는 22일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북한 핵위협 대응을 위한 제8차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시행한다고 어제 밝혔다. 이번 운용연습은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에 관한 정보공유·협의 절차 등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별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우리 측에선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미국 측에선 싯다르트 모한다스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및 리처드 존슨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부차관보 등이 참석한다. 23일에는 조지아주 킹스베이에 있는 미 핵잠수함 기지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과 핵잠수함 기지 방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 약속이 말에 그치지 않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시의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핵 선제타격을 법제화한 북한은 올 들어서도 핵·미사일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평북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엊그제 평양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선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 4기와 전술핵부대도 등장했다. 핵·미사일 도발 카드를 절대로 접지 않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북한은 어제도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이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무력 시위를 벌이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북한의 오판에 대응하기 위해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구축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한·미의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충동을 꺾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방위 공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사이에선 80% 가까이가 핵무장을 지지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오는 4월 말∼5월 초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맺어진 한·미동맹 70주년에 맞춰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해 5월과 11월 서울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이 멀다. 우리 입장에선 안보만큼 중요한 과제도 없다. 언제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핵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이번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이 북한이 겁을 먹고 핵 장난 충동을 꺾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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