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 속의 ‘금속구체’ 증거 찾아
지구 내핵 가장 깊은 곳에 반지름 약 650㎞의 금속 구체로 된 또 하나의 핵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는 바깥쪽부터 지각, 맨틀, 외핵, 내핵 등 4중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졌고, 내핵 안 또 다른 핵의 존재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로만 여겨졌다.
22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교(ANU) 지진학과 흐르보예 트칼치치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진으로 만들어진 지진파가 내핵을 통과했다가 돌아오는 시간 차이를 분석해 내핵 안의 다섯 번째 구조를 확인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규모 6 이상의 지진 약 200건을 대상으로 지진파가 지구 중심을 지나 진앙 반대편 대척점을 오가는 것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진파가 탁구공이 오가는 것처럼 진앙과 대척점 사이를 이동한다고 설명하면서 지진계에 기록된 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처음으로 지구 지름을 따라 다섯 차례 지진파가 오간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지진파가 대척점에 도착한 이후 한 차례 되돌아오는 것을 포착한 것이 전부였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내핵과 내핵 안의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진파가 철과 니켈 합금으로 된 내핵을 통과하는 각도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것을 분석해 내핵의 외부와는 다른 내부 구조가 존재하는 것을 추론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내핵 안 또 다른 핵의 존재는 지구의 진화 단계에서 내핵의 결정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준 대형 사건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ANU의 탄 손 팜 박사는 “내핵 안 금속 구체의 존재는 20년 전 처음 가설로 제기된 것으로, 이번 연구는 이 가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핵 안 핵의 존재는 철과 니켈의 합금 형태로 내핵과 성분이 유사해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트칼치치 교수는 “지구의 내핵은 지구 진화사에서 타임캡슐과 같은 것으로, 수억년에서 길게는 수십억년 전 지구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하는 화석 기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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