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에 금지행위 중단을 명령하고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관련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고 한다.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 징계 권한을 이용해 로톡 이용 금지를 실질적으로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변호사 간 자유 경쟁을 제한하고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동안 이어진 변호사단체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존폐 기로에 서 있다. 한때 4000명에 육박하던 로톡 가입 변호사가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로앤컴퍼니는 최근 사옥을 매물로 내놓고 직원 90여명 중 절반을 감원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콘크리트 같은 기득권의 벽을 뚫고 혁신의 싹을 틔우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
2014년 2월 선보인 로톡은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수요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분야와 지역의 변호사를 쉽게 검색하도록 한 플랫폼이다. 온라인 무료 상담과 전화·영상·방문 유료 상담을 주선하고 변호사한테서는 월 25만∼50만원의 광고료를 받는다.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고 법률 소비자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7월 기준 누적 법률상담 74만건, 누적 방문 3070만명에 이른다.
로앤컴퍼니는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변호사단체에 의해 ‘사법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다. 숱한 수사기관 고발과 공정위 신고는 다행히 모두 불송치, 불기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예 변호사단체는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변호사 9명을 징계하기도 했다. 법원·검찰과 함께 ‘법조 3륜’이라는 변호사단체가 공익이나 혁신은 나 몰라라 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하다.
정부는 틈만 나면 신성장 동력으로서 혁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단체의 폭주는 팔짱만 낀 채 제대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혁신의 꽃을 피우기는 어렵지만 싹을 밟아 죽이기는 너무 쉽다. 모빌리티 혁신을 몰고 온 ‘타다’를 짓밟았다가 택시대란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