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3·4월 임기가 끝나는 이선애·이석태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어제 김형두(58·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정정미(54·〃 25기) 대전고법 고법판사(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자료를 통해 “헌법재판관 구성 다양화를 향한 국민의 기대를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두 내정자는 모두 재판 실무에 밝은 정통 법관으로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 부장판사가 지명되면서 이선애 재판관 퇴임 후 줄어들 뻔했던 헌법재판소 내 ‘여성 3명’이 그대로 유지된다.
헌재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보루다. 개별 사건을 중심으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하는 대법원과 달리 결정 하나하나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 과외 금지, 동성동본 혼인 금지, 낙태 금지 등에 대한 위헌 판단이 대표적이다. 법률 위헌 여부뿐 아니라 탄핵심판과 정당 해산, 국가 기관 간 권한쟁의도 판단한다. 따라서 헌재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판관 구성이 특정 이념이나 성향에 치우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재인정부 시절 대법관과 더불어 헌법재판관이 진보 성향 인사로 채워지면서 우려가 컸다. 9명 중 5명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나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었다. 이석태 재판관도 민변 회장과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번에도 후보 8명 중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는데, 정치색 없는 인선이 이뤄져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9월 임기가 끝나는 김 대법원장이 마지막으로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 인선에서도 이런 기조는 지켜져야 할 것이다.
지난해 오석준 대법관 인선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헌법재판관 9명 전원과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교체된다. 집권 세력으로서는 ‘사법 인사 정상화’를 내세워 보수 성향 인사를 중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몇 달 뒤면 김 대법원장 후임을 윤 대통령이 직접 낙점하니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인선이 더 이상 정치 편향 논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법 정치화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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