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근로자들은 바쁠 때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고 안식월 등 장기 휴가로 푹 쉴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어제 확정한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은 주당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주 52시간제’를 노사 합의로 월·분기·반기·연간 단위로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 만의 개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은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기업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환영했다. 상식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조치인데 이제 도입한다니 만시지탄이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로시간은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일감이 몰려드는데 주 52시간제에 묶여 도중에 일을 그만두기 일쑤였던 게 우리 산업 현장의 현실이다. 더 일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은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기업이나 사업장에 가장 적합한 근무 방식과 근로시간을 노사가 폭넓게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자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기우에 불과하다. 11시간 연속 휴식이 보장됐고 1시간 연장근로를 1.5시간 휴가로도 적립, 사용할 수 있는 제도도 새로 생겼다. 연장근로 총량 역시 관리 단위가 길수록 분기 90%(140시간), 반기 80%(250시간), 연 70%(440시간) 등으로 줄어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 조화를 통해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키거나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인 데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방치해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여야는 초당적 협의를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되 근로자의 건강권과 복지를 제대로 보장하는 해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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