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불신 탓에 학원으로 몰려
실효성 있는 경감 대책 내놓아야
통계청이 어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역대 최대인 26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던 전년도 기록을 한 해 만에 갈아치웠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532만명에서 528만명으로 0.9%가 줄었는데도 총액은 2021년(23조4000억원) 대비 10.8%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의 두 배 수준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처음으로 40만원을 넘는 등 우울한 지표 투성이다. 교육당국이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비가 급격히 늘어난 건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오른 걸 봐도 그렇다. 문제는 사교육비 총액이 2017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1년 21.0%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증가 속도가 빠르다.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48만5000원에서 52만4000원으로, 사교육 참여율도 75.5%에서 78.3%로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 수준별 사교육 지출 격차도 더 벌어져 우려를 사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데 말 그대로 부모 등골이 휠 지경이다. 이러니 젊은층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 아닌가.
사교육비가 치솟는 건 공교육 불신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4∼50% 높다. 내국세수 20.79%를 자동 배정해 각 시도교육청마다 교육교부금이 넘쳐나는데 왜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지 답답하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가진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포기할 리가 없다. 일선 교육청과 교사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안이한 교육정책도 문제다.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정책으로 2009∼2015년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평가하면서도 2014년 이후 사교육비 종합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다. 민생과 직결된 사교육비 문제를 너무 등한시한 게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교육부가 뒤늦게 상반기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 급등은 윤석열 대통령이 천명한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이 왜 시급한지 여실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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