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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적’ 아나톨리 “父 나라에서 복서 꿈 이루고 싶어요”

입력 : 2023-03-09 06:00:00 수정 : 2023-03-09 01: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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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국적 복싱영재 아나톨리
전쟁 피해 작년부터 김해시 정착
복싱협회 등 지역사회 도움 받아
市, ‘우수 인재’로 특별귀화 추진
“韓 대표로 올림픽 금메달 목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생각을 더했습니다. 한국 대표로 나가서요.”

슬쩍 쳐다봐도 날렵하고 탄탄한 자세로 민첩한 스텝을 선보이던 옘 아나톨리(18)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특별귀화 추천까지 받았으니, 더 가슴이 뛴다”며 이렇게 말했다. 7일 경남 김해시 공설운동장 복싱체육관에서 만난 옘 아나톨리는 연신 땀을 흘리며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표정은 한껏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옘 아나톨리가 지난 7일 경남 김해시 소재 한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면서 훈련하고 있다.

그는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우크라이나에서 2년 전까지 살다가 1년 전부터는 김해시 진영읍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가족의 짧은 이주사는 이랬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가족은 부모였다. 고려인 아버지는 2020년, 엄마는 2021년 취업비자로 입국해 진영읍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옘 아나톨리는 부모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동생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생활했다.

부모를 향한 그리움은 강렬했다. 그래도 고향에서 운동을 하며 복서의 꿈을 담금질하며 그 그리움의 무게감을 일부 줄였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덕분인지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8일 김해시와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럽 주니어 국제대회 은메달, 우크라이나 주니어 선수권대회 2년 연속 우승, 우크라이나 주니어 선수권대회 은메달 등 2021년까지 여러 상을 수상했다.

부모와 따로 생활하면서도 복싱을 향한 열망을 키웠지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복서의 꿈도 접어야 했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찾아왔다. 여러 도움으로 전쟁을 피해 동생과 함께 부모가 있는 김해시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좋은 일은 또 있었다. 김해건설공고를 다니고, 김해복싱체육관과 인연이 닿으면서 이전보다는 더한 간절한 마음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옘 아나톨리(두번째 줄 오른쪽).

지난해 6월부터 김해시복싱협회 지원을 받아 김해시체육회 복싱단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복싱의 미래’로 불리는 서민제 선수도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다. 서 선수의 아버지 서동신 김해복싱협회 부회장 등도 “옘 아나톨리는 또래에 비해 실력이 출중해서 미래가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옘 아나톨리는 서툰 한국어로 “복싱은 내 인생”이라며 “복싱을 하면서 꿈이 생겼고, 아버지의 모국에 와서 그 꿈을 더 빨리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게 감사하다. 한국에서 최고의 복서로서 꿈을 이루고 싶다”며 다시 링 위로 올라가 샌드백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국적 때문에 국내 여러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경남복싱협회, 김해시복싱협회,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등이 나서 그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나선 배경이다. 김해시는 이런 의견을 수용해 지난 2월 23일 스포츠 분야 ‘우수 인재’로 그의 특별귀화 추천서를 발급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빨리 한국 국적을 취득해 세계적인 복싱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해=글·사진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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