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사실상 대일 항복 문서”라면서 “(윤석열정부는) 친일 매국정권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해법 발표 당일 “삼전도의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을사늑약에 빗댄 ‘계묘늑약’ 등으로 규정하면서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제는 예정에 없던 ‘정부 해법 규탄 시국선언’ 집회에도 참석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출연금을 내는 기업은 친일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했다. ‘제3자 변제’ 방식에 따라 정부 산하 징용재단에 출연금을 낼 국내 기업들을 위협한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뒷걸음질 쳤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집권하자마자 한·일 양국이 2015년 어렵사리 이룬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일본 보수 강경파 정치인들 잘못도 있지만, ‘죽창가’를 부르고 ‘토착 왜구’를 외치면서 국내 정치에 악용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책임이 크다. 그 여파로 국민 분열이 심화됐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협력도 삐걱거렸다.
문재인정부 당시인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일 기업과 국민의 성금을 모아 대위 변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소극적 태도로 빛을 보지 못했다. 문 전 의장은 “당시 일본 조야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도 논의했고, 양해를 받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5년 내내 한·일 관계를 사실상 방치했던 민주당이 반성과 성찰은커녕 또다시 선동적인 언사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면서 친일 몰이에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무책임하고 낯이 두껍다.
민주당이 이러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시작 등으로 점점 커지는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을 물타기하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주말에는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서울 도심 집회에도 참석한다고 한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한·일 관계 정상화의 결단을 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