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달 26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최고 수준 예우인 국빈 자격이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재작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니 한·미관계가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해도 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은 해에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만큼 한·미동맹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으로 더욱 격상되기를 기대한다.
한·미 정상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다. 당장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강화협의체’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한·미가 전략자산을 전개하며 공중훈련을 벌여도 북한은 도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3∼4월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및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운용체계와 유사한 한·미·일 핵우산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는 외신보도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북핵 문제는 한·미·일 ‘3각 공조’하에서만 풀어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하도록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핵무장 여론이 고조될 정도로 북핵 위협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심각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앞서 이달 중 열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미·일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정상화는 필수다.
북핵 문제야 한·미·일 공통 분모가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은 이견차가 큰 이슈들이다. 특히 미국이 최근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의 초과이익 공유는 물론 기술수준과 현금흐름 등 상세한 재무계획까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우리 입장에서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문제를 제기할 절호의 기회다. 상황에 따라 대만, 일본 등과도 보조를 맞출 필요도 있다.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역시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외교 행사다. 한·일, 한·미 정상회담과 G7 회의 준비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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