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3년동안 상권 육성비 30억원 지원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천길 상권 초입에 위치한 ‘살롱 in 양재천’ 갤러리. 90㎡(27평) 남짓한 공간에 작은 꽃병과 찻잔, 접시 같은 공예품 70여점이 오밀조밀 놓여 있다. 따뜻한 조명과 감각적인 배치 덕에 옻칠, 도자, 유리 등 다양한 소재의 공예품이 한층 더 빛났다. 옻칠공예가 박수이 작가를 비롯한 공예가 5명이 참여한 ‘매일소감(每日所感) 전’이다. 전시는 내달 5일까지 이어진다.
매일소감은 하루를 사물에 장식해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며 매일의 소감을 손으로 새기는 공예가의 삶에 착안한 전시명이다. 박 작가는 “아름다움과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새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들이 다수 전시됐다”며 “많은 관람객에게 일상이 예술이 되는 시간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갤러리를 품고있는 양재천길 상권은 지난해 4월 강남권에선 유일하게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에 선정돼 3년간 시비 30억원을 지원받는다. 서초구는 이곳에 살롱 in 양재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역 명소화를 꾀했다. 와인바나 카페, 레스토랑 등 식음료 위주인 현 상권에 수공예(크래프트) 산업 요소를 더해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는 상권으로 꾸민다는 복안이다. 또, 양재천과 인근 양재근린공원, 양재시민의숲 등 자연을 품은 고즈넉한 분위기에 걸맞는 고품격 상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개관 행사에 참석한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양재천변의 정취와 각종 맛집, 근사한 예술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재천길 와인바 ‘크로스비’의 김옥재 대표(양재천길 상가번영회장)는 “소규모 장인들이 거리 곳곳에 공예품을 진열·판매하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많은 시민이 찾아와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 감각의 신선한 상권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갤러리를 찾은 시민들은 긍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인근에서 직장에 다닌다는 이지수(47·여)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공예박물관 전시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작품 수준이 높아 놀랐다”며 ”시간을 내 전시장을 찾기 힘든 바쁜 사람들을 위해 예술이 골목상권까지 찾아왔다는 점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일부 방문객은 전시된 공예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도 보였다. 10만원 미만 찻잔부터 수백만원 대에 이르는 도자 작품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구는 다음달에도 공예와 연계한 문화행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봄철 벚꽃으로 유명한 양재천에서 ‘공예상점’을 열고, 신예 작가들의 참여를 권장해 새로운 감각의 공예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상권 내 수공예 업종에 초기 입점할 경우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저금리 대출 등 지원도 병행해 상권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전 구청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양재천길을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상권으로 만들겠다”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양재천길 상권과 인근 양재역 말죽거리 상권 고유의 특성을 살리되, 두 상권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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