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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야쿠르트 아줌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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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0 23:30:28 수정 : 2023-03-10 23: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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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구르트 주세요.” 어릴 적 한두 번쯤 흥얼거렸을 법한 출처불명의 야쿠르트송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제품인 야쿠르트는 ‘라떼’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중·장년층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 정겨움의 대명사인 노란색 유니폼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제품 판매원을 일컫는 일종의 은어다. 일정한 시간이면 골목길 어귀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주변은 동네의 사랑방으로 손색없었다. 아줌마가 내려놓은 바구니를 둘러싸고 소소한 일상 얘기가 오가거나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비닐봉지에 담긴 야쿠르트는 아이들에겐 간식인 동시에 이웃끼리 정을 나누는 매개체였다.

1970년대 최고 드라마인 ‘여로’의 주인공 태현실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야쿠르트 판매원이 재취업이나 사회진출을 꿈꾸던 주부들의 인기 일자리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1971년 8월 서울 종로를 중심으로 47명에 불과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지금 1만1000여명으로 늘었다. 평균 활동기간도 12년에 달할 정도로 고객과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연령대는 낮아지고 장비는 첨단화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노란색 바구니, 80년대 손수레에 이어 2014년 냉장기능을 갖춘 전동 카트 ‘코코(Cold&Cool)’가 등장했다. 호칭도 달라진 지 오래다. 초창기 40∼50대 아줌마에서 ‘여사님’으로 바뀌었다. hy 창립 50주년인 2019년부터 ‘프레시 매니저’로 탈바꿈했다. 전체의 8% 가량인 850여명이 20∼30대 여성이다 보니 이젠 ‘언니’, ‘누나’로 불린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까운 프레시 매니저를 찾거나 통화, 문자 상담도 가능해졌다. 편리해진 세상이다.

‘금남의 일자리’는 변함이 없지만 젊음과 첨단장비를 앞세워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우유·발효제품 등 유가공품에 이어 커피 원두, 면도기, 화장품, 즉석식품, 신용카드까지 배송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카트에 담기는 200여개 물품 중 타사 제품 비중이 130여개(65%)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에는 냉장 카트를 이용한 소·돼지·닭 등 축산물 배송서비스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변신은 무죄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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