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결, 회담의 성공 열쇠
韓 ‘큰 결단’에 日 호응 여부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한다. 윤 대통령은 1박2일 일정의 첫날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튿날에는 일본 정·재계 인사와 대학생 등과도 접촉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래 약 4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가 연내 방한하면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 정상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된다. 2018년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역대 최악이었던 한·일 관계가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모양새다.
한·일 정상이 오랜만에 테이블에 앉은 만큼 의제 또한 한둘이 아닐 것이다. 현안 타결을 위해 일본을 ‘실무 방문’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반도체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및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강제동원 배상 및 그에 따른 사죄 문제 등의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 6일 강제동원 해법을 사실상 정부 단독으로 발표한 이후 여건은 외려 윤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3명이 그제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들의 참여가 빠진 ‘제3자 대위변제’에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정부가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다. 그렇더라도 피해자 설득을 포기해선 안 될 일이다. 국회에서 단독으로 정부안 철회 결의안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5년 동안 한·일 관계 파탄의 책임을 져야 할 공당이 ‘반일 몰이’에 나선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 심화 등 엄중한 안보 환경을 감안할 때 한·일 관계 회복과 한·미·일 3각 협력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이것은 양국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일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시점에 “강제동원은 없었고, 다 끝난 일”이라는 일본 외무상의 말은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결단’에 응답해야 할 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발표할 ‘미래청년기금’에 전범 기업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옳다. 과거사 문제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일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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