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고용해 자리 싸움 ‘꼼수’
인근 상인·행인들까지 피해
“쉽게 말해 자리싸움이야. 여기 집회 신고만 하고 사람이 상주 안 하면 다른 단체에서 집회할 수 있잖아. 그거 막으려고 여기 있는 거야.”
13일 서울 강남역 1번 출구 옆. 서초 삼성타운 인근 공터에는 ‘신자유연대’라고 쓰인 빨간 지붕의 천막이 있다. 신자유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은 “9시간씩 돌아가면서 주야로 천막을 지킨다”며 “덕분에 삼성 욕하는 곳에서 집회를 아예 못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옥 앞을 점거하고 있는 각종 단체들의 연이은 집회로 주변 경관은 물론 회사와 인근 상가, 행인들까지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기업 본사 앞 노동자·시민단체 등의 농성 시위와 더불어 회사와 관련 없는 단체까지 사옥 앞에 펼침막을 걸고 천막을 설치한 것을 두고 인근 상인과 행인들의 불만이 고조하고 있다.
삼성타운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언제부터인가 신자유연대에서 나와 집회를 하고 있다”며 “그 전과 마찬가지로 강남역 인근 거리에 펼침막을 크게 걸어놨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처럼 확성기를 크게 틀지 않는다는 점은 다르지만,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은 똑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낮 12시30분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주변에선 ‘기아 자동차는 내부고발자 해결하라’, ‘각성하라’ 등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기아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던 중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10년째 복직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 박미희씨와 공동 대응에 나선 위원회에서 내건 현수막이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매일 출퇴근길에 고음의 운동가요를 트는 등 투쟁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10년째 장기화하는 노동자 측 집회와 이에 대응한 사측의 시위가 반복되며 중간에 낀 시민들은 빠른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사옥 건너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매일 저녁 음악 소리가 들려와 쳐다보게 된다”며 “음식점 운영하는 데 큰 피해는 없지만 그래도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김모(28)씨도 “아침에 장송곡을 들으며 출근하면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원만히 합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사 관계를 둘러싸고 양 당사자 간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며 “쉽게 풀리지 않는 이슈로 파업이나 투쟁 집회가 장기화될 경우 제3자 간 합의를 통해서 시민들의 불편과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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