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어제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달 말로 완료되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 연장을 정부에 촉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인한 고물가 시대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조금이나마 국민에게 힘이 됐다는 게 이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13일 “국제 유가 상황, 국내 재정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오펙 플러스(OPEC+)에서 감산을 결정해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에 민생 부담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무게를 두는 듯한 뉘앙스다.
서민경제를 걱정하는 취지이지만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는 37%의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다. 올 들어 2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결손도 지난해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는 건 포퓰리즘일 뿐이다. 더구나 경기침체·수출 부진으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국세의 26%를 차지하는 법인세가 줄고 있다. 부동산 거래절벽·증시 침체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부족도 심각하다. 유류세 인하 등 정치 논리에 얽매인 한시적 세제 지원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
물가부담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폭을 최소화하더라도 비정상의 정상화는 필요하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선심성 퍼주기부터 근절해 혈세가 새는 걸 막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말 2분기 전기·가스료 결정도 보류했다. 이런 논리라면 21일 당·정 협의 결론도 불보듯 뻔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료비 폭등에 따른 도매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 못해 32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15조~2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하루 이자비용만 38억원에 달한다. 가스요금의 원가회수율이 62.4%에 불과한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올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불어난다. 모두가 세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인위적인 에너지 가격통제는 부작용만 키운다. 문재인정부가 정치논리로 억눌러온 에너지요금 왜곡이 대표적이다. 전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던 여권이 똑같이 따라하는 건 내로남불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하락에만 기대는 땜질 대책보다는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 개편부터 서둘러야 한다. 부족한 세수는 재정지출 효율화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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