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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 사기 ‘재난’ 수준인데 방지법안 30건 국회 낮잠 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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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20 00:01:44 수정 : 2023-04-20 00: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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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파문이 확산 일로다. 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인천에서만 피해 가구가 3000곳을 넘고 통째로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도 12개 단지에 이른다.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일대에서도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부부가 파산해 수십명이 전세금을 떼일 처지에 몰렸다. 대전과 부산, 경남, 경북, 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 사기가 전염병처럼 퍼지며 사회적 재난으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와 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기로 했다. 오늘 당정협의회에서는 피해 주택을 공공 매입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뒷북 대응이다. 일명 ‘건축왕’ 남모씨가 총 2846가구, 약 2700억원의 전세보조금을 돌려주지 못한 ‘인천 미추홀 전세 사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9개월이나 흘렀다.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 21개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피해 구제책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전세 사기 관련 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30여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 간 극한 대립과 정쟁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이 와중에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까지 벌어지니 한숨이 절로 난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어제 인천 전세 사기 배후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근거를 대라고 발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부의 엉성한 대처가 피해자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쏘아붙이자 여당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고 응수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20·30대와 취약계층이다. 이들에게 전세자금은 전 재산인데 이마저 날리면 절망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필요하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긴급 주거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저리 대출과 생계비 지원도 서둘러야 한다. 전세보증 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보증 기관의 보증 여력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차원의 사기 피해 실태 조사도 병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세 사기로 청년과 서민이 삶을 포기하는 비극이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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