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 새로운 협의체 집중 논의
‘오염수’ 검증 한국대표단 파견키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어제 서울에서 102분간 회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 이후 약 12년 만에 복원된 것이다. 두 정상은 “양국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래를 향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해 다양한 논의와 합의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가 2018년 10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전 상태로 복원됐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 ‘결단’에 기시다 총리가 일정 부분 호응하고 나선 것이 의미 있는 진전이다. 기시다 총리는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개인 입장을 전제로 했지만 지난 회담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 대응에 공조키로 한 것도 눈길을 끌 만하다. 양 정상은 한·미 간 핵협의체(NCG)를 뛰어넘는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한·미 간 핵협의체에 국한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19∼21일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참여하는 새로운 핵협의체가 창설될지 주목된다. 7차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다름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룬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오는 6월 최종보고서를 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도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파견에 합의한 것은 양국 간 신뢰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이 특정 국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검증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미래 청년들을 위한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에 전범 기업들의 참여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일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정상회담 몇 번으로 새로운 미래가 활짝 열릴 리 없다. 어렵사리 맺은 위안부 합의가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돼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전례를 유념하고 불신의 벽을 하나씩 허물어 가야 한다. 한·일은 지금부터 어떻게 해 나가느냐에 따라 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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