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올 하반기 재중동포 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에서 100명 규모로 시범운영한 뒤 점차 인원을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비숙련 취업비자인 E-9 체류 자격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동남아 출신 가사도우미 입국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제 시범사업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도입 방식과 규모, 시기 등에 관한 계획안을 상반기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상 외국인이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려면 방문취업 자격인 H-2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재중동포가 대부분이다. 내국인 여성 일자리 잠식과 저임금 외국인 고용에 대한 거부감 등을 감안해 언어소통이 가능한 재외동포로 문호를 제한한 것이다. 국내 가사도우미가 월 300만대, 재중동포는 200만원 중후반을 받는 것과 달리 동남아 출신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200만원 정도로 책정될 것이라고 한다. 가사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것이라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내집 마련을 위해 맞벌이는 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제대로 키울 수 없으니 결혼 자체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력단절여성 139만7000명 중에서 ‘육아’를 사유로 꼽은 여성이 59만7000명(42.7%)으로 가장 많다. 아이를 낳으면 나이 든 부모에게 신세를 지고 방과후 돌봄이나 ‘학원 뺑뺑이’로 자녀를 키우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300만원 안팎의 가사도우미 비용은 너무 큰 부담이다.
그동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 속에서 내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는 이미 필리핀, 베트남 등 출신의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상당히 해소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저임금 논란도 무의미해진 만큼 더 이상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계획안을 만들 때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은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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