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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日에 첨단 반도체 거점… 韓·日 경제 안보 새 국면 맞나

입력 : 2023-05-15 06:00:00 수정 : 2023-05-15 05: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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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제조기술·日 소부장 경쟁우위 갖춰… ‘시너지 효과’ 기대

차세대 반도체 개발 ‘청신호’

日 정부·기업이 함께 출자한 ‘라피더스’
2027년 이후 ‘2나노 반도체’ 양산 목표
기술·시스템 없어 외국 기업 연계 필수

삼성전자 對日투자 ‘R&D에 집중’ 관측
日정부 보조금 받고 양산 돌입 가능성
“용인엔 日기업 유치해야” 주장도 나와

삼성·테슬라, FSD 반도체 공동개발 등
차세대 IT기술 관련 활발한 교류 주목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투자 소식이 구체화한다면 그 형태나 규모를 떠나 양국 관계에 있어서는 크나큰 의미를 갖게 된다. 한·미·일 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안보가 새 국면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다. 한·일 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경제협력을 시작으로 한·일 관계의 발전적 미래가 펼쳐질 여지가 있다.

 

◆업계선 “한·일 반도체 협력” 목소리

 

삼성전자는 14일 ‘300억엔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시에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든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정해진 바 없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기대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히며 한·일 반도체 동맹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당장 대일 반도체 투자 규모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도 한·일 경제교류 활성화 대상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3월 발표한 ‘신산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본과 공고한 기술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기술적 측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대외적으론 미국의 공급망 재편으로 입지가 좁아져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에서 한때 반도체 패권을 장악한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양국 간 경쟁우위를 활용해 원천기술을 공동 개발하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도체 생태계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융합되는 등 기존 반도체가 고도화되거나 현재 실리콘 위주인 원재료가 변경된 반도체를 의미한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차세대 반도체는 제품의 설계, 제조 공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핵심 소재의 세대교체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며 “한국은 반도체 제조기술에서,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형성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세계 반도체산업 절반을 장악했던 일본과 2000년대 들어 선두권에 선 우리나라가 손을 맞잡을 경우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 클러스터엔 日 기업 유치해야”

 

다른 한쪽에선 한·일 반도체 동맹을 공고히 하려면 우리나라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첨단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투자에 앞서 일본 정부·기업은 ‘라피더스’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1월 도요타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출자해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이후 2나노 세대 첨단 로직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데, 차세대 반도체 기술 및 시스템이 없어 외국 기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미 라피더스는 미국 IBM, 벨기에 IMEC와 협업하고 있다.

 

일본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투자도 R&D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일본에 산재한 연구개발(R&D) 기능을 한 곳으로 모아 반도체 연구 조직인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재팬(DSRJ)을 출범했다. 일본에서는 시스템 반도체나 팹리스가 유리한 만큼 연구조직에 대한 투자 확대가 가장 크게 주목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하이브리드차가 대세인 일본은 당장 차세대 로직 반도체 수요가 적지만 자동차 전동화가 확산한 뒤인 2030년에는 사활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의 서버, 자율주행, 5G 기지국 등에서도 차세대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걸고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이유이고, 여기엔 삼성전자가 포함될 수도 있다. 투자 형태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양산이 먼일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등도 지난해 연달아 일본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TSMC는 일본 소니와 공동 출자해 2024년 12월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반도체 부품 절반을 일본 현지 기업으로부터 구매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인 4760억엔(약 4조7100억원)을 지원했다.

 

◆이재용·머스크 ‘자율주행차 협력’ 논의… 전장용 시스템반도체 영토 확대될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의 마지막 일정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완전자율주행(FSD) 반도체 공동 개발 등을 논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재용 회장이 머스크 CEO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의 전장용 시스템반도체 영토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머스크 CEO와 만나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머스크 CEO 외에도 테슬라의 칸 부디라지 부사장과 앤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물론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미주총괄) 부사장 등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머스크 CEO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처음으로 만나 완전자율주행(FSD) 반도체 공동 개발 등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루 바글리노 테슬라 CTO, 이재용 회장, 머스크 CEO,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머스크 CEO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뿐 아니라 차세대 위성통신(스타링크), 우주탐사(스페이스X), 차세대 모빌리티(하이퍼루프), 인공지능(뉴럴링크·오픈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FSD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IT 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테슬라의 4세대 이후 FSD 반도체 위탁생산 여부가 주목되지만, 테슬라의 모든 사업이 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라서 우주탐사나 차세대 모빌리티 등에 대한 협력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삼성전자의 보폭은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FSD 반도체 생산 경험(2·3세대)을 토대로 자율주행 카메라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모빌아이’의 고성능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을 따내는 등 전장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은 2024년 4000억달러(약 520조원)에서 2028년 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에는 첨단 5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미국 AI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수주한 반도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암바렐라의 최신 시스템온칩(SoC)으로, 암바렐라의 차세대 인공지능 엔진(CVflow)을 탑재하고 있으며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입력된 운전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등 자율주행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뉴스1

삼성전자는 첨단 5나노 공정에 오토모티브 전용 IP, 최신 공정, 패키징 기술과 노하우를 총 집약해 자율주행 차량용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생산한다. 최신 4나노 공정도 오토모티브로 확대하는 등 파운드리 공정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차량 분야 신규 고객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 높여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 회장의 방미 일정은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기간 해외 출장이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빌리티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을 두루 만난 뒤 12일 새벽 귀국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으로 출국한 지 22일 만이다.


정재영·이동수·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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