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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언니 가라! '찐언니' 떳다!!… 여성 예능의 진화

입력 : 2023-05-29 20:12:02 수정 : 2023-05-30 0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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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댄스가수 유랑단’
이효리·김완선·엄정화·보아·화사
세대별 디바 의기투합… ‘끼’ 대폭발
‘든든한 언니’에 대한 목마름 해소

넷플릭스 ‘사이렌:불의 섬’
경호원 출신 배우·군인·소방대원 등
직업적 자부심 건 24명 여성 출격
미지의 섬서 7일간 전투 서바이벌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지난 몇 년간 높은 시청률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 온 ‘여성 예능’이 진화하고 있다. 남성 위주의 예능판에서 보조적 역할만 수행하던 여성은 ‘노는 언니’ ‘스트릿우먼 파이터’ 등을 계기로 프로그램의 주연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여성 예능은 종종 성별만 바꾼 ‘시즌2’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처럼 ‘센 언니’ 혹은 ‘아줌마 수다’가 콘셉트인, 정형화한 틀이 여전했던 탓이다. 최근 진화된 형태의 여성 예능은 온순하고, 멋지고, 감동적이면서 우직한 ‘언니’에 초점을 맞췄다. tvN의 ‘댄스가수 유랑단’과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이 대표적이다.

여성 출연자 위주의 ‘여성 예능’은 한때 남성 예능과의 차별화를 위해 센 언니나 넉넉한 아줌마 수다로 정형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든든한 멘토 언니와 우직한 언니 등 다양한 모습 보여주기로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tvN ‘댄스가수 유랑단’. tvN·넷플릭스 제공

◆나이 든다고 ‘정체성’이 변하나

지난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서울 체크인’에서 가수 이효리는 선배 엄정화에게 “언니,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라는 짧고도 강렬한 질문을 던졌다. 평범한 질문 같지만, 그 안에는 짧은 수명의 댄스 가수, 특히 화려함과 젊음을 담보로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여성 댄스 가수의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에서 나눈 짧은 질문과 답이지만, 이 ‘선문답’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여성·직장인에게 큰 화제가 됐다.

지난 25일 첫 회가 방송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댄스 가수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의기투합한 프로그램이다. 이효리·김완선·엄정화·보아·화사 등 1980∼2020년을 아우르는 세대별 ‘대표 디바’가 신인 데뷔 때처럼 전국 투어 콘서트를 다니는 내용인데, 이미 김태호 PD와 이효리라는 흥행 수표의 ‘재결합’으로 첫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려도 있었다.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에서 유사하게 한 번 소비된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그 식상함을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숙제였다. 그러나 ‘의미’는 ‘기시감’을 뛰어넘었다. 이들의 댄스 가수 경력은 총합 129년. 첫 방송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나이가 들며 점차 무대 위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들이 무대 위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며 그동안 억눌렀던 끼를 폭발했고, 동시대의 청춘은 열광했다. 서로의 무대를 지켜보며 “왠지 울컥한다”며 눈물짓기도 했다. 20∼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만남은 든든한 ‘언니’에 대한 갈증을 일거에 해소해 줬다.

과거의 영광에 기댄 채 이들이 캠핑하면서 ‘그 시절’을 돌이키며 “라떼는 말이야”식의 아줌마 수다를 떨었다면 그저 그런 예능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50세가 넘은 ‘언니’가 머리 위까지 발을 차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성기’ 시절의 함성을 이끌어낸 것은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얘기로 가슴뭉클한 감동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섬’ 출연진. tvN·넷플릭스 제공

◆‘전투 서바이벌=남자’?… 편견 깬다

‘전투 서바이벌’을 내건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역시 여성이기 이전에 직업인의 ‘자부심’을 내걸었다. 스턴트·운동·경호·군인·소방·경찰 등 6개 직업군별로 총 24명이 출연해 미지의 섬에서 7일간 생존을 걸고 치열하게 부딪치는 전투예능이다. 총 10편의 에피소드가 30일과 6월6일 두 차례에 걸쳐 공개될 예정이다.

이은경 PD는 지난 24일 제작발표회에서 “‘여자 치고 잘한다’는 얘기를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 가장 우려한 부분이다. 출연자들은 여성 경찰, 여성 군인, 여성 소방관이 아니라 직업군을 대표해서 나왔다. 앞에 여성을 붙이는 게 조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전투 서바이벌이라고 하면 ‘강철부대’ ‘더 솔져스’ 등 남성의 밀리터리 예능부터 떠올리고, 여성의 전투 서바이벌은 ‘하위 프로그램’으로 잘못 소비되는 것에 대한 경계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여성 경호원 1호 출신 배우, 예비역 중사, 현역 소방대원 등 출연진 면면을 봐도 직업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다.

강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여배우나 여가수의 이미지 훼손 우려로 여성 예능을 제작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여자 연예인의 참여가 많아졌고, 시청률로도 검증되면서 더 많은 여성 예능이 나오고 있다”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강 평론가는 이어 “여성 예능 증가는 단순히 남녀의 성별 구도가 아니라 젠더와 세대, 인종 등 ‘다양성’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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