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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사이렌이 오발령? 대피? 어디로?”…경계경보 혼란만 키웠다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3-06-01 10:07:45 수정 : 2023-06-01 10: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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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울시 ‘대피 준비를 하라’ 위급 재난 문자 발송…“전쟁 난거야?” 시민들 불안감
재난문자·민방공 경보 시스템 문제 노출
오세훈, 긴급 브리핑에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이어 행정안전부는 6시41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고 서울시는 경계경보해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북한 위성 발사체가 한반도 남쪽을 향해 발사됐다는 뉴스와 함께 서울시가 ‘대피 준비를 하라’는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하면서 적잖은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서울 용산 효창공원 일대에는 1분간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지자 이른 아침에 운동하는 시민들은 “무슨 일이야” “전쟁 난거 아냐” 라며 연신 스마트 폰을 보기 바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트래픽이 몰리며 포털 사이트 접속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됐다. 관련 뉴스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네이버 모바일 버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지난달 31일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오늘 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특히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는 이례적이라 공포감까지 불러일으켰다는 반응도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에는 “사이렌이 왜 울려?” “어디로 대피하라는 거야” 등 반응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후 20여분 뒤인 행정안전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재난 문자를 재차 발송했지만, 정부의 어설픈 대응으로 국민 불안 조장했다고 불만은 쏟아냈다.

 

이날 12시쯤 서울 용산역 대합실에서 만난 김모씨는 “북한이 쏜다고 며칠 전부터 예고했는데, 무슨 날벼락이냐고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봤다”고 목소리 높였다.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지난달 31일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기차를 기다리며 함께 있던 직장인 이모씨는 “황당하네요”라며 “이런 민감한 시기에 ‘오발령’이라니. 자칫 진짜 위급할 경우에 국민들이 또 오발령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되면 어떡하냐”라고 했다.

 

이어 “대피하라고 하면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무조건 그냥 뭐 대피하라고 하면 됩니까?”라며 “어른들도 경험 해본 적이 없고 가뜩이나 불안한데, 애들 있는 집안은 어떻겠습니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서울시가 보낸 재난문자는 무슨 이유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를 적시하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앞서 북한은 이날 0시부터 다음 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 지역별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과 IMO에 통보한 바 있다.

 

이번 소동으로 재난문자와 민방공 경보 시스템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계경보는 민방공경보 중 적의 항공기·유도탄 또는 지·해상 전력에 의한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공격이 임박하거나 공격이 진행 중일 때에 발령하는 공습경보와는 차이가 있다.

 

이날 경계경보는 합동참모본부가 오전 6시29분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를 파악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내용은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로 전달됐고, 지령방송을 통해 각 시·도 민방위경제통제소로 전파됐다.

 

행안부의 지령방송을 수신한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는 6시38분 서울시에 재난문자 발송 승인을 요청했고, 서울시 안전총괄실의 승인을 거쳐 6시41분 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의 지령방송에는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 발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대피 준비하라’며 위급재난문자를 발령한 것과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뉴스1

 

이 과정에서 시는 서울 지역이 ‘경보 미수신 지역’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행안부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는 서울시와 행안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경보 오발령 소동이 벌어진 셈이 됐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경보체계와 안내 문구 등을 개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체계, 안내 문구와 대피 방법 등을 더 다듬어 정부와 협조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번 일로 혼선을 빚은 점은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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