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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진화하는 자판기 왕국… 성별·연령 분석해 제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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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4 13:00:00 수정 : 2023-06-04 1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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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판매기를) 전국 각지에 두고 사회 인프라의 일익을 담당해 가야만 한다.”

 

일본 음료수 자동판매기 최대 제조업체인 후지전기의 담당자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취재에 응해 한 말이다. 2022년 말 기준 267만 대가 설치된 ‘자판기 왕국’ 일본이라서 가능한 자부심이다. 120년 전 처음 개발되고 1960년대 본격 보급된 자판기는 이제 스스로 소비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지진 등의 재해 발생 시엔 구호상자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진화했다. 

 

4일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최초의 자판기는 1904년 야마구치현의 한 발명가가 제작했다. 높이 약 80㎝ 정도의 크기로 양쪽에 우표, 엽서 발매구를 설치했다. 동전의 무게로 금액을 판별하는 원리는 현재의 것과 같고 재고가 없으면 ‘매진’이라는 표시도 나왔다. 닛케이는 “당시 체신성이 350엔의 고가에 (이 자판기를) 구입했지만 작동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어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60년대였다. 1962년 미국의 대형 음료수 회사가 병에 든 탄산음료를 살 수 있는 자판기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자판기가 일본 각지로 확산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1967년에 이전과 달리 제작된 100엔 짜리 동전의 공급확대가 주효했다. 이전 100엔 동전에는 은이 포함돼 있었고, 유통량도 많지 않아 100엔 지폐가 많이 사용됐다. 당시에는 지폐를 사용할 수 있는 자판기가 많지 않았다. 다른 요인은 안정된 치안이다. 닛케이는 “자판기를 부숴서 돈을 훔쳐가려는 사건이 빈발한다면 자판기 설치는 어렵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이후 자판기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가며 발전을 거듭했다. 1976년 냉·온음료를 같이 파는 자판기가 등장했다. 따뜻한 날과 추운 날이 반복되는 시기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자판기에서 팔 수 있는 국물 제품, 스프 등의 개발이 진행됐고, 음료수의 다양화로도 이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통카드, 신용카드, QR코드 등 다양한 결제 수단과 연계된 자판기가 실용화됐다. 2010년대 초반에는 카메라로 손님의 연령, 성별 등을 분석하고 추천 상품을 표시하는 기능을 갖춘 자판기도 등장했다.     

 

후지전기는 올해 상품 가격을 수급 상황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 가령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제조회사들이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재해가 발생해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도 음료수를 꺼낼 수 있는 것도 개발해 보급 중이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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