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사건의 상대방 로펌 가기도
법조계 “부적절 처신” 비판 속출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대형로펌으로 줄줄이 이직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공정위 경력을 바탕으로 대형 로펌 여러 곳을 저울질하거나 공정위 재직 당시 담당했던 기업사건의 소송을 대리한 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대형 로펌에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가 변호사 몸값만 올리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9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로펌 이직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으로 일하던 A과장은 이달 초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A 과장의 경우 이직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다른 로펌과 계약을 진행하다 막판에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까지 ‘몸값’을 올려 이직했다는 후문이다.

비슷한 시기 소비자업무를 담당하던 B과장도 법무법인 화우로 이직했다. B과장은 이직 직전까지 소비자 연관 기업 사건을 담당했다. 2018년 공정위에 변호사 특채로 입사한 C 사무관도 얼마전 대륙아주로 이직했다. C 사무관의 경우 직전까지 해당 과에서 담당했던 담합사건의 기업을 변호했던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으로 예를 들면, 원고 측에 앉아있던 공무원이 1심 이후 피고 측 변호인단에 합류한 셈이다.
또 다른 D 사무관은 퇴직 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공정위에서 같이 일하던 직원과 함께 나와 공정거래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서 이직한 이들 모두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자로, 공무원 취업제한 예외 규정에 해당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3급 미만 공직자가 변호사 자격을 갖출 경우 별도의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공정위 직원들은 국장급 이상 고위직이 되기 전까지만 공정위에서 일하다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직 공식’이 일반화한 상태다.
로펌 입장에서는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공정위 직원에 대한 ‘모시기 경쟁’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공정위가 변호사들의 몸값만 부풀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변호사 직군에 대한 과도한 예외 조항 때문에 공정위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등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변호사 출신 직원 뿐만 아니다. 공정위에서 퇴직한 고위공무원들도 잇따라 로펌으로 이직하고 있다. 채규하 전 사무처장과 곽세붕 전 상임위원은 각각 법무법인 태평양과 김앤장에 취업했다. 이들은 취업제한이 끝나자마자 1∼2개 기업의 사외이사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직을 통해 받는 액수만 1년에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 관련 한 교수는 “경쟁법 관련 사건이 늘어나면서 공정위 출신 변호사에 대한 로펌 수요가 높아져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서 공직에 쉽게 취직하고, 다시 기업이나 로펌에 쉽게 재취업하는 문제는 고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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