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선수가 지금 승리에 굶주려 있다.”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지난 18일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6월 A매치 두 번째 평가전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그가 승리를 갈망한 이유는 클린스만호가 출항한 뒤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지난 3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출신답게 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했고, 부임 직후 치러진 3월 A매치 2연전은 팬들의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킨 경기력을 보였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자유롭게 두는 ‘프리롤’ 역할을 부여하며 빠른 공격 전개를 선보였다.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 2-2로 비기고, 우루과이전에 1-2로 패배하면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내용은 합격점이었다.

이젠 결과로 증명할 때. 하지만 3개월이 지나 지난 16일 열린 6월 A매치 2연전 첫 경기에서 페루에 0-1로 패배하고 말았다. 손흥민의 부상과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의 기초군사훈련에 따른 이탈 등 전력에 구멍이 있었다 하더라도 씁쓸한 결과였다. 대표팀의 마지막 승리도 지난해 12월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 멈춰있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이 6월 두 번째 경기인 엘살바도르전에 절치부심한 이유다.
하지만 대표팀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이겨야 할 때, 이겨야 하는 상대를 만났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4경기를 치르며 2무 2패, ‘무승’ 부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우세로 점쳐졌다. 엘살바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75위로, 한국(27위)보다 크게 뒤진 사실상 ‘약체’로 평가받았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과 가진 평가전에서도 0-6으로 완패했다. 엘살바도르는 최근 A매치에서 5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런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한국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를 향한 회의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지난 페루전 선발에 나섰던 오현규(셀틱) 대신 조규성(전북)을 내세웠다. ‘축구 천재’ 이강인(마요르카)은 두 경기 연속 선발 출격했다. 중원에선 황인범과 박용우(울산)가 호흡을 맞췄고, 김민재, 김영권(울산)이 빠진 수비 라인은 김진수(전북), 박지수(포르티모넨세),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채웠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페루전에 이어 결정력이 아쉬웠다. 조규성은 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골대 왼쪽으로 빗나갔다. 이강인은 이날도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전반 13분 아웃프런트로 침투 패스를 넣었고, 조규성은 공을 받은 뒤 슛을 했지만 골대 위로 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이재성(마인츠) 대신 황의조(FC)를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4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받은 황의조는 ‘전매특허’인 턴 동작을 통해 수비수를 벗겨냈고,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지난해 6월 이집트전 이후 1년 만에 골을 넣으면서 황의조는 골 가뭄을 해소했다. 스포츠 탈장 수술 여파로 지난 페루전에 결장했던 손흥민도 후반 24분 투입되며 공격에 활력을 더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42분 엘살바도르에 일격을 허용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알렉스 롤단이 다이빙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순간 흐트러진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이제 클린스만호의 A매치 데뷔 승은 9월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때는 내년 1월 예정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비를 위해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한국은 6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첫 승리 신고가 길어진 한국은 이제 9월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과연 클린스만호가 다음 경기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거두면서 뒤늦게 순항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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