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가 급부상하면서 한국 시장에서도 미닝 아웃(Meaning Out·자신의 가치나 신념에 따른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2%가 제품 구매 시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으며, 93%는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도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제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가치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업들에게도 ‘친환경’ 제품 개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패션 업계는 친환경 전략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비건 가죽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비건 시장은 이미 확장세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올해 3월 자사의 비건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0%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비건 가죽 상품 거래액은 614% 늘었으며, 비건 가죽 재킷의 거래액 상승률은 일반 가죽 재킷보다 10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비건 가죽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섬유 제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르메스, 루이비통을 비롯한 명품 업체는 물론 자동차 내장재로도 비건 가죽을 적극 도입하고 있어, 비건 시장의 잠재성은 무한대”라고 설명했다.
비건 가죽은 동물 가죽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동물 학대와 환경 오염을 막고자 등장한 소재다. 동물 가죽의 도축 과정과 가죽 공정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자원과 화학 약품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폐기물 처리도 자유롭다. 또한 동물 가죽 대비 생산 시간이 짧고, 생산 비용도 적어 효율성이 높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으로 생산이 가능하고, 강한 내구성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무독성, 생활 방수, 가벼운 무게 등의 장점으로 동물 가죽보다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비건 가죽은 파인애플, 사과, 포도,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성 섬유질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미국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는 버섯 뿌리 부분의 균사체를 사용한 버섯 가죽을 개발한 후, 명품 브랜드 기업 에르메스와 협업해 버섯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길에 오르면서 들었던 백이 화제를 모았다. 이는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의 제품으로 커피 자루와 닥나무 껍질 소재 한지 가죽으로 만든 토트백이었다. 해당 제품은 미디어에 노출되자마자 ‘저품질의 인조 가죽’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특유의 컬러와 디자인 조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비건 가죽 생산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패션테크 기업 ‘컨셔스웨어’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비건 가죽으로 패션 의류 및 잡화를 만들어 국내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스타트업 ‘마이셀’은 버섯 균사체를 기반으로 한 버섯 가죽과 대체육을 개발해 제조하고 있으며,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합성피혁 제조사인 디케이앤디 또한 비건 가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케이앤디는 소니, 발망, 룰루레몬, 스톤아일랜드 등 글로벌 고객사에 합성 피혁과 부직포 등의 소재를 공급하는 등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현재 디케이앤디는 버려지는 섬유 소재를 재활용한 리사이클 원단 및 옥수수와 선인장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매스 섬유 등 친환경 섬유 소재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케이앤디’가 수십 년간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온 만큼 자사의 수준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의 비건 가죽을 개발해 유수의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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