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은 “대출규제 강한 지역 집값 오히려 더 크게 올랐다”

입력 : 2023-07-10 19:25:56 수정 : 2023-07-10 20:16:1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17년 이후 규제강화 영향 분석

조정지역에 더 센 LTV·DTI 적용
주택 자산, 이외 지역 대비 9.3%↑
규제로 상승의 기대심리 못 꺾어

소득 분위별 자산 가격 모두 올라
가계부채 규모 5.7% 감소 효과
부채·자산 불평등 초래 실증 안돼

“대출규제, 건전성 제고 취지 시행
취약가구 지원대책 병행할 필요”

2017년 이후 대출규제가 더 강하게 적용된 조정대상지역 등의 주택 가격이 오히려 더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모든 소득 계층에서 주택 가격이 고르게 올라 규제가 자산의 불평등을 심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는 고소득층 중심으로 감소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이후 해당 지역 가구의 주택자산 규모가 대조군(이외 지역) 대비 9.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뉴시스

한은은 2017년부터 시행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LTV·DTI 규제 강화를 규제충격으로 보고 그 충격이 국내 가구의 부채와 주택자산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을, DTI는 대출 이용자의 연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을 가리킨다.

2017년은 문재인정부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나눠 대출규제 강화를 시작했던 때다. 당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시 LTV 40%, DTI 40%가 적용되고, 조정대상지역에선 LTV 60%, DTI 50%가 적용됐다. 가계부채 관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주택자산 가격이 상승하며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 차장은 “(조정대상지역 등에) 더 강한 규제를 적용했음에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 등으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억제되지 못했다”며 “규제가 부동산 가격 상승 모멘텀을 꺾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고 해석했다.

규제 지역의 주택자산 가격 상승도는 소득 분위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5분위별 분류에서 5분위(상위 20%)와 4분위의 자산 가격 상승도는 모두 8.9%를 기록했다. 3분위는 11.2%, 2분위는 12.9%,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는 9.0%였다. 규제가 자산 불평등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이는 증가 폭인 만큼, 보유 자산 규모가 큰 고소득층에서는 증가액이 더 많았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 차장은 “증가율 자체는 같더라도 절댓값 자체는 자산 상위 가구에서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며 “같은 증가율이라면 불평등도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규제는 해당 지역의 가계부채를 5.7%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5분위와 4분위 가구에서 가계부채가 각각 10.9%, 13.9% 감소하는 등 고소득층의 부채 위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분위는 부채가 소폭 증가하거나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규제가 가계부채가 많은 가구의 부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해 부채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김 차장은 “대출규제 강화가 자산을 적게 보유한 가구의 대출 접근성을 제약해 부채·자산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어도 우리나라의 2017년 이후 규제 강화 사례에서는 실증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대출)규제가 의도하지 않게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기보다는 거시 건전성 제고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규제 강화로 자산 및 소득 하위 가구, 특히 제도권 대출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가구의 자금 조달 애로가 커질 수 있으므로 보다 세심하고 엄밀한 분석 및 지원 대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박보영 '빠져드는 눈빛'
  • 임지연 '러블리 미모'
  • 김민주 '청순미 폭발'
  • 김희애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