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정부 시절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洑) 해체·개방 결정을 이끈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조사평가위) 구성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말 조사평가위 구성에 앞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4대강 반대 시민단체들과 협의하도록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후 조사평가위의 민간위원 8명이 모두 이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또 조사평가위가 금강·영산강 보 평가 과정에서 보 해체 결정에 유리한 지표를 자의적으로 활용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는 이번이 5번째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1월 발표한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홍수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 발표된 2013년 1월 2차 감사에서는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박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7월 3차 감사에서는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 때인 2018년 7월 4차 감사에서는 “사업 경제성이 없다”는 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 정부 임기 종료를 앞둔 2021년 12월 감사원은 다섯 번째 감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발표되는 것이다. 이런 식이니 ‘정권 눈치를 봐 권력 입맛에 맞게 감사 결과를 내놨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직무에 관해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고 법률로 규정돼 있다. 정부 눈치를 살피지 말고 소신대로 감사하라는 뜻이다. ‘코드인사’ 등을 통해 감사원을 좌지우지하려는 집권 세력의 행태도 문제지만, 감사원도 반성할 대목이 적지 않다. 감사원은 이번에 5차례의 감사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을 사실상 백지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 해체를 주장해 온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여야 갈등도 심화할 전망이다. 이제 4대강 보는 정치논리에서 탈피해 국민 실익을 따라야 한다. 홍수와 가뭄에 도움을 주는 4대강 보의 효용성을 인정할 때가 됐다. 환경 보존의 이익보다 용수 활용의 이익이 더 크다면 보를 허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그동안의 모든 논란이 해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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