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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부처 칸막이’가 부른 官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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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24 23:21:36 수정 : 2023-07-24 23: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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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가 자기 일만 하는 사회가 됐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을 짚으며 한 말이다. 정 교수는 “기관과 기관, 직원과 직원, 상하관계 등 서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오송 지하차도 사고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로 순식간에 6만t의 물이 들이찼다. 흙탕물과 여기저기서 휩쓸린 부유물로 칠흑 같은 어둠이 덮친 지하차도엔 청주공항과 오송읍을 오가는 급행버스를 비롯해 17대의 차량이 수장됐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윤교근 사회2부 기자

사고가 일어나기 2시간 전쯤엔 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 제방공사 현장에서 “강물이 넘친다”며 112상황실에 전화도 했다. 당일 오전 4시10분엔 호우경보까지 발령됐다. ‘인재’ ‘관재’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대형사고가 터지면 인재라는 뼈아픈 지적이 따라붙는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다른 면이 있다. “제방으로 물이 넘쳐 흘렀고 제방이 쓸리며 무너져 갑자기 물이 지하도를 덮쳤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2시간 전쯤 누구든 현장으로 달려갔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장마철에 강둑을 쌓고, 사고 당일까지 사흘째 비가 이어져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제방 보수공사를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던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했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이태원 골목길에서 사고 발생 직전 수많은 신고가 이어졌다. 큰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난대응시스템을 개선한다고 예산을 썼지만 또다시 참사가 빚어졌다.

사일로(silo) 현상. 조직 내 부서 간 장벽이나 부서 간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사일로는 곡물을 저장하는 높은 건물로 서로 협력하지 않고 틀에 갇히는 것에 비유해서 쓴다. 흔히 ‘칸막이 문화’, ‘칸막이 사회’라고 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도 ‘칸막이’가 짙고 견고하게 쳐져 있었다. 책임 있는 기관 등이 서로 “맡은 업무가 아니라서 상황 전파나 공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재지변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기관도 있었다. 재난 컨트롤타워에 보고도 늦었다.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 상하관계 등엔 아주 튼튼한 제방을 쌓은 느낌이다.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지켜보는 국민까지 실망하게 했다.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충북도청에 마련한 궁평지하차도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사망자 유가족을 만나 “감찰을 통해 미비한 점들을 밝혀내서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그런 각오로 필요한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몇 번이고 약속했다. 한 총리의 다짐 같은 약속처럼 이번엔 제발 철저한 원인 규명을 비롯해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이 소통하고 재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통합적이고 즉각적인 재난체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윤교근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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