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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자전거 주차장 1년 넘게 ‘유령건물’

입력 : 2023-07-30 20:07:00 수정 : 2023-07-30 2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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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단·남구 ‘관리·운영’ 책임 공방
시민들 이용 못하고 도심 흉물 전락

남구 “기계 작동 확인하면 다시 운영”

지난 28일 찾은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 광장 한편에 지상 4층 높이의 원통형 건물이 있었다. 건물에는 ‘자전거 주차장’, ‘코레일X울산 남구’라고 쓰여 있었다. 출입구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었다. 역을 오가는 시민들 중 이 건물을 눈여겨보거나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 ‘유령건물’인 듯 지나칠 뿐이었다.

건물 안에 자전거는 한 대도 없었다. 1층 출입구 왼쪽에 있는 주차기계 조작패드엔 ‘점검중’, ‘주차불가’, ‘운전정지’란 빨간색 글자가 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주차기 장애입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해야 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수억원을 들여 지은 자전거 기계식 주차장이 자전거 한 대도 없는 커다란 고물이 돼 있었다.

울산시 남구 태화강역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 주차장은 한국철도공사가 2010년 6억여원을 들여 지었다. 연면적 59.2㎡ 크기의 건물로, 자전거 168대를 세울 수 있다. 자동차 기계식 주차타워처럼 자전거를 1층 출입구에 세우면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타워 윗쪽으로 자전거를 올리고, 내리는 시설이다. 공사는 같은 해 울산 남구와 협약을 맺고 주차장의 유지와 관리, 운영을 위임했다. 남구는 한 해 운영비 2000여만원씩을 들여 8년간 이 주차장을 운영했다.

주차장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8년 12월쯤부터다. 국가철도공단이 태화강역사를 새로 지으면서 기존 주차건물을 해체했다. 그러고 지난해 2월 3억원 넘게 들여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만들었다. 이때부터 주차건물 ‘관리·운영주체’를 둔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철도공단은 2010년 맺었던 협약에 따라 자전거 주차장의 관리와 운영 등을 남구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남구는 “시험운전 5번 중 4번이 오작동했다”며 인수를 거부했다.

두 기관은 최근까지도 규정과 관리 책임을 묻고, 공문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전거 주차장은 운영이 중단된 채 방치됐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해야 할 시설이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공방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6억원짜리 주차장을 두고 노상거치대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있다.

국가철도공사 영남본부 측은 자전거 주차장 기계 상태를 파악해 고치고, 남구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한다. 다만, 정비 비용이 과하게 들면 남구뿐 아니라 철도공사와도 재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구 한 관계자는 “기계가 잘 운영되는 것만 확인하면 다시 운영에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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