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신문고 앱서 촬영·신고 가능
단속 확대에도 시민 인지도 낮아
영업 안 하는 음식점 앞 차량 빼곡
횡단보도 정지선 침범도 단속 대상
행인과 불과 5m 앞두고 정차 만연
“단순 신고론 실효성 낮아” 지적도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42)씨는 얼마 전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유치원에서 딸을 데리고 집에 가던 중 인도에 있던 차가 갑자기 후진해 부딪힐 뻔한 것이다. 김씨는 “주차한 차인 줄 알았는데 하마터면 딸이 차에 치일 수도 있었다”며 “인도를 걷는 데도 불안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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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를 개선하면서 1일부터 인도에 잠시만 주정차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이날 김씨처럼 인도 위 불법주정차된 차량에 위협을 받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았다. 특히 인도 위에 불법주정차된 차량을 신고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정부의 다각적인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인도 위 불법주차와 관련한 민원과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토대로 개선된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를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보행자의 보행권 확보를 이번 제도 개선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이전에 신고할 수 있는 불법주정차 대상은 소화전과 교차로 모퉁이 등 5곳이었는데 여기에 인도도 포함된 것이다.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법주정차 차량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현장 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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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가 개선돼 시행된 첫날이지만, 인도 곳곳에서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상가 뒷골목에서는 대형 승합차 한 대가 차도 옆 인도를 막고 있었다. 한 초등학생은 비좁은 인도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차도로 내려가 위험하게 주행하는 차 옆으로 지나갔다.
바로 옆에는 시간당 3000원 수준의 공영주차장이 있었다. 1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공영주차장 관리인은 “얼마 안 하는 주차비 아끼려고 불법 주차하는 차량이 꽤 있다”며 “단속 나오는 경우를 별로 본 적 없다”고 혀를 찼다. 낮 영업을 하지 않는 음식점이나 술집 앞 인도에도 불법 주정차를 한 차량들이 즐비해 보행자가 인도 위 차량을 피해 차도로 비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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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횡단보도 불법주정차 기준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횡단보도를 침범한 경우에만 과태료 대상이었다면, 이젠 ‘정지선부터 횡단보도 면적’도 불법 주정차 구역이다. 그러나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까지 침범한 채 주정차한 차량이 적잖게 보였다. 노원구 4호선 노원역 인근 택시 행렬 맨 앞 차량은 정지선을 넘어선 채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객이 타고 앞 차가 출발하자 뒤에서 기다리던 택시도 정지선을 넘어 정차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과 택시 사이 거리는 5m도 안 됐다.
인도 위 주정차는 통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있다.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4)씨는 “인근에 병원과 음식점이 있어 방문 차량이 많은데 마땅히 주차할 곳은 없어 인도에 대는 차가 많다”며 “버스 정류장도 있어 지나다니는 행인이 많은데, 이 차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 사고가 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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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신고하게 하는 것으로는 불법주정차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7)씨는 “집 인근 인도에 상습적으로 주차하는 차들이 있어 출퇴근 때마다 불만”이라면서도 “신고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몰랐지만 바쁘게 걸어가다 인도 위 차를 보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어 신고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7)씨는 “안전신문고 앱으로 불법주정차를 신고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인도도 적용된다는 건 오늘 처음 알게 됐다. 정부의 홍보가 좀 부족했던 거 같다”며 “인도에 불법주정차된 차량이 괘씸해서라도 앱을 설치해서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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