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순위 800위 중소업체 수주
기반시설 공사 예산 집행 5.9%뿐
1170억 중 야영장 조성에 129억
일각 “국제행사 경험 없는 여가부
유관 부처들과 협업했어야” 지적
당국·지자체 8년간 해외 출장 99번
스위스·伊 출장선 함량미달 보고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 준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주최 측인 여성가족부와 전북도의 엉터리 예산 관리가 지목됐다. 행사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회가 이번 사업 예산을 검토한 결과 당시 기준 예산집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사업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회의 예산 결산·심사 과정과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주최 측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아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지난해 8월 작성한 여성가족부의 2021년 회계연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번 사태는 예고된 ‘예산 참사’였다. 국회 여가위가 정부의 예산안과 예산 사용 내역을 심사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는 사전 행정절차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과도한 보조금 이월이 발생해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북도는 지난해 7월 말 기준 전년도 예산 이월액(24억2100만원)과 교부액(31억5000만원)을 합한 55억7100만원 중 7억8300만원만 집행해 예산 실집행률이 8.3%에 그쳤다. 조직위원회도 교부액(8억4600만원)과 이월액(11억4100만원)을 합한 예산 19억8700만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7억2000만원(67.6%)을 쓰는 데 머물렀다.
◆개최 600일 남기고… 전북기업만 입찰 자격 줘 ‘공사 차질’
올해 폭염·폭우로 인해 가장 큰 문제가 됐던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공사도 예산 문제로 지연됐다. 2021년도 잼버리 사업 내용 중 기반 시설 설치 부문에 예산 17억원이 교부됐지만 집행액은 1억500만원에 불과했다. 실집행률로는 5.9%다.
특히 나라장터를 보면 전북도가 기반 공사 관련 입찰 공고를 2021년 11월15일에야 내면서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가 600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한인 데다 겨울철에 공사를 시작하게 되는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입찰은 지역제한 경쟁입찰이 적용되면서 본점을 전북에 둔 기업만 입찰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발주 당시 추정가 138억원짜리 공사는 도급순위 전국 800위 중반의 지역업체가 맡게 됐다. 이 공사는 상수도 26㎞, 하수도 31㎞, 임시하수처리시설 3개소, 주차장 3개소, 그늘시설 3.7㎞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대회장 조성에 들어간 7억5000만원 예산 전액도 불용됐다. 당시 조직위와 전북도의 예산집행률은 30%대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총사업비 변경, 사전 절차 이행 지연 등으로 보조금이 계속 이월돼 기반 시설 공사는 2022년 5월 추진, 대집회장은 6월 공사가 착수돼 당초 계획 대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해 “기반 시설 설치의 경우 공유수면점사용 및 방조제사용허가 등으로 착공이 지연됐고, 대집회장 조성의 경우 통합개발계획 및 토지 매입 등 절차 이행 후 공사 발주 예정으로 사업비가 이월됐다”고 해명했다.
당초 지난해 8월로 예정됐던 사전 행사인 프레잼버리는 개최 2주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보고서는 “잼버리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보완할 프레잼버리 없이 2023년에 본행사를 개최하고, 보조금 이월로 인해 사업 추진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 여가부와 전북도는 행사 준비를 더욱 철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사전 경고했다.
잼버리가 부실해진 또 다른 이유로는 2016년 사업 유치 당시 400억원대이던 예산이 뒤늦게 2배 이상 증액되면서 세부 내역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꼽힌다.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운영비는 당초 예산보다 2배 이상 증액됐고, 이 과정에서 통합운영시스템 등 당초 없었던 첨단기술연계 예산은 10억원이 늘었다. 또 행사를 알릴 수 있는 홍보 예산은 당초 57억원에서 27억원이 감액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쓰레기 처리와 방역, 의료·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초 각각 5억원에서 7억∼8억원씩이 증액되는데 그쳤다. 또 급식은 비용 재산정을 이유로 130억원에서 오히려 4억원이 감액됐다. 또한 시설비도 당초 70억원에서 5배 가까운 342억원이 증액되면서 사업 발주 등도 제때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읽힌다. 잼버리 행사는 2016년에 유치했지만 예산 증액은 2020년 11월 말 최종 결정됐다.
이처럼 예산 증액 과정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예상됐지만 주최 측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실제 총 예산은 1170억원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70%가 운영비였고, 화장실과 샤워장 등 야영장 조성비는 최종 129억원에 불과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이 정도 규모의 국제 행사를 치러보지 않아 예산 편성부터 집행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문화체육관광부나 다른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대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협업했더라면 예산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잼버리 개최 전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회 유치와 홍보·견학을 이유로 8년간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출장의 절반가량은 세계잼버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과 회의 참석이 주를 이뤘다. 나머지 절반은 선진 사례 견학, 운영 기술 습득을 출장 이유로 적어 냈다. 그러나 일부는 외유성 출장을 새만금과 억지로 연결한 흔적이 역력했다.
전북도 세계잼버리 추진단 공무원 5명이 2015년 5, 6월 스위스, 이탈리아를 방문한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이들은 선진 관광정책 사례 분석과 잼버리 연계 방안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했다. 이후 보고한 베네치아 관련 내용은 여행 서적의 안내 문구를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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