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중학생들과 온라인상에서 말싸움을 벌이다 직접 만나 주먹다짐 한 고교생이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학교폭력 징계 취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춘천지법 행정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강원도 원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교생 A군이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월 19일 온라인 메신저에서 알게 된 중학생 B군과 말다툼하다 원주의 한 PC방에서 만나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를 벌였다. A군은 B군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PC방을 나서는 B군을 발로 밀어 계단에서 넘어지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군 일행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들이 A군을 집단으로 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A군은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B군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폭행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반면 B군 일행은 또 다른 범죄 등으로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징역 장기 2년, 단기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A군은 형사처분을 면했지만 학교폭력처분은 피하지 못했다. 원주교육지원청은 A군에게 학교봉사 2시간, 특별교육 2시간을 명령했다. A군 보호자도 특별교육 1시간을 받도록 했다.
A군은 교육지원청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법정에 선 A군은 “B군 일행의 집단폭행에 저항하다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학교폭력처분은 교육장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A군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고 그 이후 B군 일행의 집단폭행이 시작됐다. 저항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며 “원고의 가해행위는 적극적인 공격 의사 아래 이뤄진 것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려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교육전문가인 교육장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교육목적과 내부질서유지를 위해 내린 징계처분은 존중돼야 한다”며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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