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20일(현지시간)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후보자를 인준했다. 이달 말 마크 밀리 현 합참의장의 퇴임 직후 취임하면 콜린 파월(1989~1993년)에 이어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이 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인 로이 오스틴과 함께 미군 투톱이 흑인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상원은 브라운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83표, 반대 11표로 가결 처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그를 합참의장 후보로 지명한지 약 4개월 만이다.
텍사스 공대 학군장교(ROTC)로 1985년 임관한 그는 1987년 4월 전북 군산 8전투비행단 35전투비행대대에서 근무하는 등 중위 시절과 대령 시절 두 차례에 걸쳐 2년6개월간 한국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통상적으로 인준 대상이 한 해 수백명인 군 인사는 개별 표결을 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일괄 승인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3월부터 공화당 소속 토미 터버빌 의원이 군의 낙태 정책에 반기를 들어 몽니를 부리면서 300명이 넘는 장성에 대한 인준 표결이 계속 지연돼왔다.
터버빌 의원은 낙태가 금지된 일부 주에서 복무하는 군 장병이 원할 경우 다른 주로 이동해 시술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해주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부 정책을 폐기해야 일괄 심사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터버빌 의원에게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까 봐 개별 심사를 꺼렸으나, 이날 입장을 바꿔 브라운 후보자 인준안을 개별 표결에 부쳤다. 현 밀리 합참의장 임기가 이달 30일 끝나는 만큼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상원은 랜디 조지 육군참모총장 후보자, 에릭 스미스 해병대사령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21일 인준 표결을 할 방침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상원은 압도적인 투표로 인준해 이 세 명의 명예로운 인물들이 마침내 자기 직책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버빌 의원이 혐오하는 낙태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터버빌 의원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인준될 3명과 국방부에는 좋을 일이지만 어처구니 없이 인준이 막힌 다른 316명의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다”며 이들을 모두 개별 심사하면 700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터버빌 의원은 “그들은 마침내 내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챘다”며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 낙태 정책 폐기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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