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훈 축사망”
“유창훈 O판사 OO야!”
“자손 대대로 천벌을 유창훈 일가에게”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후문 주변. 커다란 근조화환 196개가 400m에 걸쳐 길게 늘어서있다. 행인뿐만 아니라 점심을 먹고 청사로 들어가던 판사들도 잠시 발길을 멈춰서 근조화환 리본에 적힌 문구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기울어진 사법부 정상화”, “중대범죄인 이재명 구속” 등의 비판적 표현뿐 아니라 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겨냥한 각종 비속어와 눈을 찌푸리게 하는 표현들도 있었다.
이들 화환은 ‘신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가 관리하는 것이다. 신자유연대는 지난달 29일 서초서에 서초역 5번 출구부터 서초 누에다리까지 집회 신고를 했다. 집회 기간은 이달 29일까지 한달간이다. 대법원 앞에서 화환의 모양새를 정리하고 있던 한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화환들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보내고 신자유연대는 배송된 화환을 관리하기만 한다. 문구나 화환 비용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서초동 법조단지 일대에 화환을 앞세운 이같은 형태의 집회는 최근 3년 전부터 급작스레 나타난 현상이다.
화환 전시 형태의 집회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에 대한 비판적 표현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판사 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속어와 저주에 가까운 인신모독적 표현을 담은 근조화환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모욕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특정 판결에 대해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내용이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대법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이 이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집회·시위가 열리는 지역에 한해 별도의 신고나 허가 없이도 최장 30일 동안 광고물 설치가 가능하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당사자가 고소한다면 사건처리는 할 수 있지만 별개로 조치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도 “적법하게 신고됐다면 내용까지 확인해 철거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옥외광고물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모임(새변) 백대용 이사장은 “(근조화환의) 일부 문구들은 모욕죄에 해당하는 수위로 보인다”며 “시민들이,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이런 유해 환경에 접하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도 이제는 자극적 문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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