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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보호’ 없는 한빛원전 환경평가서

입력 : 2023-10-19 00:51:32 수정 : 2023-10-19 0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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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중대사고 발생시 대책 빠져
환경단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안 거쳐”
전북도·고창군 “보완 요구 등 검토 중”

전남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첫 단추인 주민공람용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전문용어로 가득한 데다 내용도 부실해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상정하지 않았고 주민보호·대피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18일 한빛원전과 전남 영광군 등에 따르면 한빛원전 1호기와 2호기는 1985년과 1986년에 각각 건설돼 2025년과 2026년이면 40년의 수명이 끝난다. 정부는 한빛원전 1, 2호기를 각각 10년씩 더 사용할 방침을 세우고 지난 6월부터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수명 연장의 첫 단계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한빛원전 1, 2호기 방사선 비상계획구역(한빛원전 반경 최대 30㎞)인 전남도·전북도, 영광·함평·장성·무안·고창·부안군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열흘 동안 초안을 검토한 뒤 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공람과 공청회를 거쳐 내년 5월 제출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수명 연장 여부를 2025년 심사한다.

설계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 영광 한빛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하지만 지역의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은 부실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섰다. 핵없는 세상 광주전남행동은 최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노후화된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 연장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도 문제가 많아 평가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핵발전소 운영 과정 혹은 사고 등으로 인해 방사선이 주변 환경과 사람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하지만 한빛원전 1, 2호기 방사선환경평가서 초안에는 중대 사고를 상정·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북도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이 작성한 평가서 초안에 오래된 기술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오은미 전북도의원은 “주민 대피 및 보호 대책도 없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평가 여부를 떠나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전북 고창군은 전문기관에 미리 분석을 맡기고 보완을 요구할지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는 분석 내용을 보고 부안과 함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만도 크다. 평가서 자체만 수백 페이지인 데다 전문용어가 가득해 읽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한빛원전 인근 지자체 공무원은 “원자력 분야는 일반인들이 거의 접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용어가 생소하고 난해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쉽고 간결한 내용을 담아야 주민들의 공람과 이해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영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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