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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에도 규정된 무죄 추정은 형사사법 절차의 대원칙이다. 판결로써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은 누구나 무죄로 추정된다. 그래서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한다.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보석 등 보호 장치도 촘촘히 마련돼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원칙이 정치적 사건에서는 땅바닥에 내팽개쳐진다.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로 보는 국민 시각이 너무 확고해서다. 법 원칙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이 끼어들 틈은 아예 없다.

피고인의 이익은 재판과정에서도 보장해야 할 중요 가치다. 판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한다.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 ‘듀스 김성재 의문사 사건’ 등 무죄가 확정된 사건 판결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법원의 사건 병합도 마찬가지다. 여러 법원에 계류된 사건을 하나로 묶을지 판단할 때 피고인의 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피고인은 같은 법원 내 다른 재판부, 다른 지역 법원의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심지어 항소심 재판부에 1심 진행 중인 다른 재판이 끝나고 올라오면 병합 신청할 테니 심리를 멈춰 달라고 하기도 한다. 피고인으로선 각각 사건에 형을 선고받기보다 가장 중한 형에 2분의 1 가중처벌을 받는 게 나을 수 있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청한 위증교사 사건 병합 여부에 대한 판단이 오늘 나온다. 영장판사가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하면서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사건이다. 검찰이 기소한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백현동 개발 특혜’ 3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에 병합돼 있다. ‘자연인 이재명’이라면 병합 결정이 무리가 아닐 게다. 하지만 기록만 한 트럭 분량이라는 3개 사건이 병합되면 비교적 단순한 사건 재판마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 대표는 이런저런 사유로 재판에 나가지 않거나 지각을 한 적도 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서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자못 궁금하다. 문재인정부 시절 한 진보 성향 판사가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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