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신임 KBS 사장이 지난 13일 부임 당일부터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감행하며 일부 출연자를 교체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하자 이틀째 후폭풍이 이어졌다.
실제 KBS 시청자상담실 자유게시판은 ‘찬반’ 의견들이 쏟아지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박 사장 취임 전날인 12일까지만 해도 자유게시판에 신규 등록된 글은 하루 11개에 불과했지만 15일 오후 기준 600여개의 글이 쏟아졌다. 해당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한 KBS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어 이런 숫자는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3일부터 해당 게시판에는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살려내라” “9시 뉴스 앵커 교체의 무도함”, “공정과 상식 기준이 뭔가”, “최경영의 최강시사, 홍사훈의 경제 쇼 되돌려 달라”, “수신료 받을 생각 말라”, “주진우 라이브 원상복귀!” 등 글이 쏟아졌다.
박 사장은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26대 한국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 첫날인 지난 13일 본부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한 대규모 인사조치를 시행했다.
KBS의 간판 뉴스인 ‘9시 뉴스’의 앵커가 갑자기 바뀌었는가 하면, 3년 넘게 방송해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는 폐지되고 특별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KBS 시사교양 중 시청률 1위를 지켜온 2TV ‘더 라이브’는 이날부터 16일까지 편성표에서 빠졌다.
이 과정에서 주요 진행자들에게 시청자들과 인사할 마지막 방송의 기회까지 주지 않으면서 방송사 내부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주진우 라이브’에서 강제 하차 당한 주진우 기자는 “사장이 조치 한다면 조치를 당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저에게, 저희 청취자에게 얘기하고 인사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냥 ‘너 오지 마’라고 얘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폭력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박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주진우 라이브’가 야권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에 “조치 하겠다. 그간 행정 제재받은 내용과 KBS에 미친 영향에 대해 종합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은 14일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고개를 숙이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편성규약 등을 위반한 인사 폭거라고 규탄하며 피켓 시위와 함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박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 내용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문제 삼았던 내용과 판박이”라며 “본부장들을 대동하고 머리를 조아린 대상은 국민인가 용산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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