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직원 질문에 압박감 느껴 자수해
10여년 전 낳은 두 아들을 잇따라 살해한 엄마가 16일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인천 미추홀경찰서 앞에서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유기했냐”, “왜 뒤늦게 자수했냐. 숨진 아이들에게 할 말 없느냐”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16일 오전 살인 혐의로 구속한 30대 여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여성은 잠시 모습을 보인 뒤 경찰 승합차를 타고 검찰로 이동했다.
그는 2012년 9월 초 서울시 도봉구 자택에서 신생아인 첫째 아들을 이불로 감싸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묻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3년 뒤인 2015년 10월 중순 인천시 연수구 자택에서 갓 태어난 둘째를 살해하고서 문학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 여성은 지난 9일 오후 8시40분쯤 인천경찰청에 스스로 찾아가 “2012년에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와 관련해 왔다”며 자수했다. 경찰에서 그는 “구청에서 최근 2차례 전화를 받았다”면서 “큰아들이 2012년생이어서 구청 직원 질문에 둘러대다가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각 구청들은 지난 6월 2015∼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인 데 이어 2010∼2014년생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여성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연수구의 10여 차례 전화 연락에도 조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진술에 비춰 10일 인천 문학산에서 한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에서 “첫째 아들은 병원 퇴원 후 계속 울어 살해한 뒤 야산 낙엽 아래에 묻었다”며 “둘째는 출산 후 집에 데리고 왔는데 심하게 울어 주스를 먹였더니 사레가 걸려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여성이 인정한 첫째 아들 살해뿐만 아니라 둘째에게 모유가 아닌 주스를 먹이고 호흡곤란 상태를 방치한 행위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동안 함께 살면서도 이 같은 범행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