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 지목하려던 바이든 "이름 모르겠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질문하려는 기자 이름을 깜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장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나, 해당 기자가 백악관 출입기자 중 몇 안 되는 중국계 미국인이란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1942년 11월20일 태어난 바이든 대통령은 81회 생일을 앞두고 있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에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한 뒤 일문일답을 나눴다. 그런데 CBS 기자를 질문자로 지목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이 멈칫했다. 그는 “CBS 기자인 것 같은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자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질문하려던 기자는 CBS 소속으로 백악관을 출입하는 웨이지아 장 기자였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중국계 미국인이다. 장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밝히자 바이든 대통령은 거듭 “미안하다”며 정중하게 “내가 사과한다”(I apologize)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이지만 장 기자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의 행태를 거론한 뒤 “대통령께선 오늘 회담에서 시 주석한테 그런 행동을 그만두라는 경고를 했느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 ‘쿼드’(Quad)의 강화,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오커스’(AUKUS) 협정 체결, 미국·필리핀 안보협력 심화 등 그간 자신이 펼쳐 온 외교정책을 죽 나열했다. 그러면서 “우리(미국)의 행동은 우리의 말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며 “그(시 주석)는 (미국의 의지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5년 CBS로 옮긴 장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백악관 취재를 담당해 온 베테랑 언론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인 2020년 5월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일로 일약 유명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관해 장 기자가 계속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자 트럼프는 갑자기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중국에 물어봐라”라는 말로 응수했다. 장 기자가 중국계 미국인이란 점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에 해당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혐오감을 드러낸 바 있다.
장 기자가 “대통령께선 그런 말씀을 왜 나한테 하시느냐”고 따지자 트럼프는 “심술궂은 질문을 하니까 그런 것”이라면서 다른 기자를 지목했다. 이에 동료 기자들까지 나서 항의했고 결국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중단한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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