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초교육 강화·해외인재 영입기반 정비해야
AI 전문 인재 수, 美 39.4%(1위), 中 4.6%(4위), 韓 0.5%(22위)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 숫자에 있어서 세계 30개국 중 22위로 인재 부족이 심각한 AI 인재 빈국(貧國)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연구기관 중심으로 해외 인재 유입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 2001년부터 초·중·고 정보기술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전문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중국을 벤치마킹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AI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해외인재 영입기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의뢰해 공개한 ‘한미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전문 인재 수는 2551명으로 전 세계의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전문 연구기관인 엘리먼트 AI가 발표한 ‘2020 글로벌 AI 인재보고’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AI 분야 전문 인재 수는 47만7956명으로, 이중 미국이 39.4%(18만8300명), 인도 15.9%(7만6213명), 영국 7.4%(3만5401명), 중국 4.6%(2만2191명)를 차지했다. 한국은 0.5%로 30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미국은 AI 분야 우수 대학·연구기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로, 석·박사 해외 유학생 의존도가 3분의 2로 높았다. 스탠퍼드 HAI의 AI 지수에 따르면 컴퓨터 과학 분야 미국 유학생 비중은 2021년 박사 68.6%, 석사 65.2%이며, 그 비중이 늘고 있다. 북미 컴퓨터 과학 전공 유학생 비중(박사 기준)은 2010년 45.8%에서 2015년 60.7%, 2021년 68.6%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테크기업은 고액의 연봉, 연구개발비를 제공하며 인재를 영입 중이고 제도적으로 학위를 마친 유학생이 최대 36개월간 임시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주는 프로그램(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이 있어,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있다. 안보유망기술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의 82~92%가 졸업 후 첫 5년간 미국에 남아서 일한다.
미국은 초·중·고 AI 기초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AI 기초학문으로서 컴퓨터 과학,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중요성을 인식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1년에 ‘10년 내 10만명의 우수 STEM 교사 양성’을 추진했다. 2016년엔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 구상을 제시하고 각 주, 지역 학군의 인프라 확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에 3년간 40억 달러를 투입했다. 2021년에는 ‘2021 모두를 위한 컴퓨터 과학법’ 제정으로 거의 모든 주가 컴퓨터 교육을 강화했고,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아칸소·네브래스카 등은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현재 코딩 과목을 고등학교 졸업 필수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22년 ‘모든 학생을 위한 STEM 수월성’ 구상이 나왔고, 이에 따라 교육부가 올해 초·중·고 STEM 교육 강화에 1200억 달러를 지원하며 파격적으로 투자했다.
중국도 2001년부터 초·중·고 정보기술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전문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고, 천인계획 활용해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001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정보기술 과목을 필수로 설정해 의무교육을 20년 넘게 추진했다. 교육시수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두어 초등학교 68시간 이상, 중학교 68시간 이상, 고등학교 70~140시간으로 설정했다. 고교단계에서 입시준비로 인한 교육 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대학입시에 정보기술 과목을 필수로 포함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AI 교재를 개발해 유·초·중·고, 직업교육 등 생애주기별 AI 의무교육을 실시했다. 대학교육에서는 ‘AI + X(전공 및 산업 분야)’ 융복합 교육을 하는 곳에 재정지원을 하며 AI 융복합 인재를 양성했다.
중국은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09년 ‘천인계획’을 시작해 규정과 틀을 넘어선 소득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재의 요구에 맞춘 파격적인 사업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에 따른 지식재산권도 보장해준다. 대표적으로 튜링상(컴퓨터과학 분야 노벨상, 구글이 매년 100만달러의 상금 후원) 수상자인 야오치즈 칭화대학 교수를 영입할 때, 인공지능반 등 그가 원하는 학과를 개설했고, 교육과정 도입 등 학생 교육에 전권을 부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경협은 미국과 중국의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 초·중·고 AI 기초교육 강화(교육시수 확대, 교사 양성), 해외인재 영입 기반 정비 등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먼저 AI 인재 양성을 위해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은 국무원이 국가차원의 AI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가 인재 양성 실행계획을 추진한다. 미국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AI 기술발전전략을 담당하고, 교육부가 AI 기초학문인 컴퓨터 과학, STEM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부, 과기부, 산업부, 고용부가 각각 정책을 추진하고, 시도교육청도 산발적으로 사업을 한다. 보고서는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이 국정과제로 포함된 만큼,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AI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상황을 점검할 것을 제안했다.
초·중·고 AI 교육에서 교육시수 확대 및 교사 확보를 추진하고 이를 위한 국가투자 확대도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2018년부터 의무화했는데 초등 5~6학년 17시간, 중학교 3년 34시간, 고등학교 선택으로 운영해 교육이 형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초·중·고 교육 난이도에 차별성이 없어 교육이 체계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AI 교사 확충도 강조했다.
중국은 2001년부터 정보기술 교육을 일관되게 실시했고, 미국은 2011년부터 10년간 10만 STEM 교사 양성을 추진한 덕분에 전문교사 수가 비교적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부가 현직교사 중 희망자를 선정해 재교육하는 수준에서 인력수급 해소를 시도 중이다. 보고서는 AI 교육은 전문성이 중요하므로, 신규교사 임용 시 AI 자격증을 필수로 하자고 제안했다.
AI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인재 영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AI 인재들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으로 유출된다는 지적이다. 민간 차원에서 높은 급여, 매력적인 연구 환경 등을 제공해 우수 인력을 유치함과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비자 규제 완화 및 한국판 천인계획 등으로 세계적 인재 영입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I 경쟁력의 핵심은 곧 인재인데, 우리나라의 글로벌 AI 전문 인재 보유 비중은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초·중·고 AI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글로벌 AI 인재 영입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 AI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에서는 AI 인재의 양적 부족에 더해 질적 미스매치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우수한 전문 강사를 많이 확보하고, 초·중·고 단계별로 심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AI 기초교육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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