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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비급여’ 천차만별… 건보 부담 눈덩이

입력 : 2023-11-21 06:00:00 수정 : 2023-11-20 22: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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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7조3000억 달해

도수치료·백내장 등 지출액
동네의원 중심 해마다 급증
재료·장비 따라 가격 다 달라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시켜

사무직 근로자인 40대 김모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정형외과 의원에서 ‘일자목’ 진단 후 받은 도수치료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보통 도수치료비는 회당 10만원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60만원이 적혀 있어서다. 김씨는 “2시간 가까운 치료 등 만족도는 높지만 일반 병·의원보다 6배나 더 많이 청구하는 것은 너무한다 싶었다”며 “실손보험으로 10%만 부담하면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 실손보험에 기반한 건강보험 비급여 지출액이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해마다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들 비급여 항목은 치료 명목이나 단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의료기관이나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의사·환자의 ‘과잉진료·치료’를 유발해 건보 재정을 갉아먹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는 한편 필수의료 인력 부족 사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건강보험 환자 총진료비(111조1000억원) 중 비급여 진료비는 17조3000억원(15.6%)이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해진 금액이 없는 진료 항목’을 말한다. 비급여로 빠져나가는 의료비가 건보 급여 적용으로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22조1000억원)의 78.4%에 달한 것이다. 이 같은 비급여 진료비 규모는 2017년과 비교해 3조원(21.0%) 더 늘었다.

 

비급여는 유형별로 △등재(다빈치로봇수술처럼 경제성이 불분명한 경우) △기준(초음파 등 급여 항목이나 횟수 등 초과) △제도(제증명수수료 등) △선택(일상에 지장 없는 질환 치료) 비급여로 나뉜다. 2021년만 놓고 보자면 선택비급여가 50.5%, 등재 26.5%, 기준 19.6%, 제도 3.4% 순이었다. 병원급 이상은 상대적으로 기준·등재비급여 비중이 높은 반면 의원급과 요양병원 등은 선택비급여가 높다.

의원들의 선택비급여 비중이 높은 이유는 건보 급여보다 실손보험 등 비급여가 더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임정부에서 백내장 수술을 건보 급여화하자 일부 병·의원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도록 권유했다. 추가되는 다초점렌즈는 실손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8년 3422만명에서 2022년 3565만명으로 늘었다.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10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규모는 같은 기간 1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2배 이상 폭증한 상태다.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 관련 장비나 기술, 숙련도, 효과 등에 따라 가격을 정하다보니 의원·지역별로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8월 약 한 달간 병·의원 7만여곳을 대상으로 벌인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원급(약 6만6000곳)의 도수치료비 중간금액은 10만원이었지만 가격대는 같은 서울이더라도 0원부터 6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백내장수술용 다초점렌즈도 마찬가지. 중간금액은 280만원이었지만 경남지역 한 의원은 29만원을 청구한 반면 인천지역 한 의원은 900만원을 받았다.

의사들이 저수익, 고위험인 중증·필수의료 분야보다는 고수익, 저위험 분야인 피·안·성·정(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 비급여 진료가 급여 진료와 병행되다 보니 환자들 부담도 커진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서 건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된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제를 더욱 촘촘하게 운영하고 점검·관리 체계 강화가 단기적 과제”라며 “장기적으로는 건보에서 급여하는 항목은 실손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실손보험을 건강보험 보완재 역할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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